<월스트리트저널>유머섞인 담배갑 라벨 캐나다서 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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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캐나다의 담배갑에 쓰여진 건강경고문은 애연가들이 보는 것만으로도 병에 걸릴 지경이다.
간간이 담배를 피우는 밴쿠버의 가구디자이너 마테오 허마니는 경고문이 너무 크고 겁주는 내용을 담고 있어 흡연 자체보다도 심장마비를 일으킬 우려가 높다고 말한다.
경고문에 질린 허마니와 다른 애연가들은 명령조의 경고문에 살짝 덧붙이는 대체 라벨을 팔고 있다.
예를 들어 보자.『2차 흡연자도 담배값의 절반을 물어야 한다』『당신은 흡연으로 죽을 수 있다.그러나 당신이 20세라면 당장 죽지는 않을 것이다』『인생은 짧고 담배는 길다』『나는 담배를 끊을 수 있었다.너무 자주 끊는 게 탈이지만』 『담배는 끊을 수 있지만 못 생긴 건 어쩔 수 없다』『나를 죽이는 것은 폐암이 아니다.그것은 세금이다』 실제 건강경고문처럼 보이도록 디자인된 이 부착라벨은 캐나다 전역의 선물가게나 담뱃가게에서 구할 수 있다.값은 다양하지만 다섯 장이나 여섯 장짜리가 대략1캐나다달러(73.78센트)쯤 한다.
실제 경고문은 적어도 담배갑 전면의 25%를 차지할 정도로 크고 무뚝뚝하다.『당신은 흡연으로 죽을지 모른다』와 『담배는 심장마비와 심장질환을 유발한다』는 문구는 번갈아 쓰이는 여덟 개의 경고문안중 대표적인 것들이다.
각 경고문구는 테두리가 쳐진 가운데 흑백글자로 인쇄돼 있다.
허마니와 함께 애연가에게 친근한 메시지 시리즈를 만드는 스테판 시튼은 『많은 흡연자들이 건물 밖에 떼지어 서서 담배를 피워야 하는 등 이미 사회에서 배척받고 있다고 느낀다』고 말한다. 이 스티커들은 캐나다정부에 대해『(딱딱한 경고문을) 집어치우라』고 요구하는 한 방법이라고 시튼은 말한다.
건강단체들은 이들 이색 스티커의 인기를 역이용한다.비흡연자권리협회의 데이비드 스웨너는 『이색 스티커 발상은 사람들이 건강경고문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이 단체는 정부가 훨씬 강력한 규제를 채택하도록 압력을 넣어왔다.그는 개그식으로 된 몇몇 메시지는 공식적인 건강경고문보다훨씬 피부에 와 닿는다고 지적한다.
캐나다 담배제조협회 대변인인 마리 조시 라포인테는 이 메시지들이 정부가 지나치게 국민의 행동을 통제하려 한다는 국민의 인식을 보여준다고 말한다.라포인테는 캐나다 담배제조회사들이 대체라벨 제조에 간여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애연가인 자신은 스티커에 호감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그녀가 좋아하는 문구는 『흡연은 (만병의 근원이 아니라) 쓸데없는 통계의 근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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