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박사급 학자들 VS 민주당 재야 현장가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안강민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장과 위원들이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공천심사를 하기에 앞서 환담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 위원장, 이방호 사무총장, 김영래 위원, 강혜련 위원. [사진=오종택 기자]

#1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회의 첫 회의가 열린 1월 28일. 서울시립대 교수(법학)인 강정혜 공심위원의 목소리가 또랑또랑 울려 퍼졌다. ‘형이 확정된 부정 비리 연루자의 경우 공천 신청 자격이 없다’는 당규 조항을 논의하던 중이었다. 대다수 위원이 “벌금형이라도 무조건 기회를 주지 말자”고 했지만 강 위원은 “엄격하게 해석하는 건 좋지만 위헌적이어선 안 된다. 시점과 형량 등 정확한 규정이 필요하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공심위의 한 관계자는 “변호사 출신에 미국 유학파인 강 교수의 논리력이 회의 분위기를 압도할 때가 많다”고 전했다.

#2 통합민주당 이이화 공심위원은 애주가다. 공천 심사 중인 요즘도 술잔을 기울이는 일이 잦다. 재야 사학자 출신인 그는 “당의 간섭에서 자유롭게 공천 작업을 하고 있으니 걱정 말라”고 자신의 음주를 변호한다. 이 위원이 전날 통음 탓에 회의에 지각이라도 할라치면 서라벌예술대 동문인 인병선 공심위원이 전화를 걸어 호통을 친다고 한다. 당 관계자는 “공심위원 가운데 재야 출신 선후배가 많다 보니 자연스레 화기애애하고 자유로운 분위기가 조성된 것 같다”고 말했다.

◇박사급 학자=한나라당은 제도권 엘리트들이 공심위를 꿰차고 있다. 외부 공심위원 6명 가운데 대학교수가 4명, 박사학위 소지자가 3명이다. 지역적으로는 영남과 수도권 출신이 많다. 서울에서 태어나 이화여고-이화여대를 거친 강혜련(경영학과) 이화여대 교수가 대표적이다. 강혜련 교수는 강정혜 교수와 함께 공심위 ‘양강’으로 불리며 논의를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교수 출신이 많다 보니 공심위원들의 ‘학구형 요구’가 공천 신청자들을 당황스럽게 한 경우도 있다. 한국매니페스토 실천운동본부 대표를 지낸 김영래(아주대 교수) 위원은 이번 공천심사에서 처음으로 의정활동계획서를 제출토록 해 신청자들의 진땀을 뺐다.

◇재야 현장가=박재승발 공천 혁명이 질주 중인 민주당은 공심위원들의 면면도 파격적이다. 한나라당 공심위원들이 ‘학자형’이라면 이들은 ‘현장 활동가’에 가깝다. 특히 외부 인사들의 경우 ▶재야 사학자 ▶재야 민속학자 ▶지방 출신 의사 ▶벤처기업가 등으로 구성됐다. 외부 인사 7명 가운데 중졸이 1명, 학사 출신이 4명이다. 박사는 2명, 교수도 1명뿐이다. 대부분 정치 경험이 전무한 인사다. 대신 민주당 공심위원들의 톡톡 튀는 현장성은 공천 혁명을 밀어붙인 원동력이란 평을 듣는다. ‘시골 의사’ 출신인 박경철 위원(홍보간사)은 “감기약을 먹어도, 스테로이드를 맞아도 도핑테스트에 걸리긴 마찬가지”라고 부패·비리의 일괄 적용을 주장하며 당내 반대 의견에 맞서기도 했다. 

글=정강현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