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영어 프로그램 아이 이해도 고려… 시청시간 맞춰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TV 영어 프로그램 아이 이해도 고려… 시청시간 맞춰라

영어를 잘하는 방법. 여러 의견이 있지만 공통분모는 영어 환경에 최대한 노출되는 것이다. 숭실대 영어영문학과 박준언 교수는 “영어 사용 환경이 제약되어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영상 매체가 영어 입력량을 늘리는 좋은 방안”이라고 말한다. 특히 ‘엄마표’로 영어를 가르치고자 하는 학부모들에게 각종 영상 매체는 고마운 선생님이다. 하지만 아이를 TV 앞에 앉혀놓기만 해도 되는걸까. 영상물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영어 공부법을 들어봤다.

사례1

제주시 도남동에 사는 권령빈(16)·수빈(14) 자매는 CNN이나 BBC방송을 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이 시간대에는 주로 경제 뉴스나 날씨 예보 등이 방영된다.
학교에 다녀온 뒤에는 어머니가 짜 준 스케줄에 따라 3시간 동안 영어 듣기·말하기·쓰기·읽기 각 영역을 공부한다. 이후 시간은 자유롭게 보내는데 수빈이는 이라는 동물 채널의 프로그램을, 령빈이는 등 외화 보는 것을 좋아한다. 물론 자막은 보지 않는다.
TV의 기능을 이용해 자막의 색깔을 검정색으로 설정해 놓았다. 애니메이션 등 영화를 볼 때 자막이 눈에 거슬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단순히 자막 전체를 가리면 화면의 상당 부분이 잘려나가기 때문에 선택한 방법.
 초등학교 6학년이라는 늦은 시기에 아이들 영어에 신경쓰기 시작했다는 어머니 강매령(46)씨는 “첫째는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많고 둘째는 동물을 좋아해, 시키지 않아도 프로그램을 즐겨본다”며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보게 하면 어려운 어휘도 스스로 익힌다”고 말한다. 령빈이는 국제회의 진행요원으로 활동했고, 수빈이는 IET 시험에서 전라·제주 권역 금상을 3번 연속 받았다.
 박교수는 “영상 매체를 활용할 때는 먼저 각 채널이나 프로그램의 주요 내용을 파악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아이들 각자의 특성이나 장점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이에 맞춰 프로그램을 정해야 한다는 것. 시각적 능력이 우수한 아이에게는 다채로운 화면이나 다양한 시각적 정보가 제공되는 것이 좋다. 청각적 능력이 뛰어난 아이는 챈트나 영어 노래 등이 많이 나오는 프로그램이 효과적이다. 몸동작을 좋아하는 아이라면 다양한 게임·율동이 제시되는 프로그램을 보여주는 것이 좋다. 쑥쑥닷컴의 서현주 대표는 “아이가 원하는 것을 우선으로 하되 엄마가 아이의 이해도와 성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프로그램 선택 시 아이의 영어 수준도 고려해야 한다. 박교수는 근접발달영역(zone of proximal development)이라는 개념을 들었다. 아이의 현재 학습 수준에서 이해 가능한 수준 내에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는 것. 너무 쉬우면 흥미를 잃으므로 약간의 도전감을 느끼는 정도가 좋다. 유치원 수준일 경우 30분짜리 프로그램에서 모르는 어휘가 5~10개 정도면 적당하다.
 
김서정(39·강서구 염창동)씨는 7년여의 초등학교 방과후수업 영어 교사 경험을 살려 두 딸을 공부시켰다. 특히 영상 매체의 도움이 컸다는 김씨는 그러나 “단순히 비디오·TV프로그램만 보여주는 것보다 책이나 CD-ROM 타이틀, 놀이 활동 등을 함께 활용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다”고 강조했다. 동화책을 함께 읽은 뒤 책을 원작으로 한 비디오를 보고, 내용과 관련된 놀이를 하는 식이다.
 이야기가 있는 비디오라면 소리를 줄이고 화면만 보면서 아이와 함께 영어로 줄거리를 말해본다. 각자 등장인물을 맡아 화면에 맞게 역할 놀이를 하는 것도 좋다. 반대로 프로그램의 음성만 녹음하여 들으면서 상황을 머릿속에 떠올려 영어로 표현해 볼 수도 있다.
[Blue’s Clues]와 같이 탐정이 되어 문제를 풀어가는 내용을 본 뒤에는 엄마가 비슷한 문제를 제시하고 아이가 프로그램에 나온 표현을 이용해 해결하게끔 한다. 김씨가 아이들에게 주로 보여주었던 프로그램은 AFN의 [Sponge Bob], [Sesame Street], [Big Bear’s House] 등이다. 또 [요리조리 숫자놀이]라는 제목으로 국내에 방영되기도 한 [Number Crew] 프로그램을 통해 영어로 수학을 배우도록 했다. 요즘 한창 화제인 몰입교육을 진작에 할 수 있었던 셈이다. 김씨는 “아이가 관심을 보이지 않을 땐 엄마가 먼저 프로그램을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좋다”고 귀띔했다. TV를 보면서 등장인물의 행동을 말로 옮기거나, 무릎을 치며 크게 웃는 등 다소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반응하면 아이의 관심을 유도할 수 있다. 김씨는 “아이들이 영어에 흥미를 갖고 스스로 공부할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주는 게 엄마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유창한 영어로 아이와 대화해주지 못한다고 해서 속상해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얘기였다. 
 박교수는 “영어는 학습 이전에 언어이고 생활이다”며 “부모가 함께 TV를 보며 공감대를 느끼고 이를 일상생활로 연결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지적했다. 서대표 역시 “간단한 어휘나 표현들을 생활 속에서 아이와 주고받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매체를 통해 익힌 것을 반복해서 말해보도록 유도하라”는 조언도 덧붙였다. 영상물을 이용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은 중독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에이콘에듀의 이기엽 대표는 “유아들의 경우 가급적 하루에 30분짜리 프로그램 1편 정도로 분량을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스카이라이프의 윤지숙 과장은 “TV 학습 프로그램은 꾸준히 같은 시간대에 시청하도록 하고, 아이들이 스스로 정한 시청 시간에만 TV를 켜도록 지도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사례2

프리미엄 최은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