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레카2000>25.끝 잠수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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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55년美해군이 최초의 원자력 잠수함 노틸러스호를 진수했을 때 세계는 비로소 「진짜 잠수함」이 탄생했다고 표현했다.
기존의 디젤잠수함들은 물속에선 산소소비 때문에 엔진 대신 축전지로만 이동했고 그래서 수상에서 디젤엔진을 가동시켜 충전해야했기에 물밖에 있는 시간이 훨씬 긴,「잠수가 가능한 배」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아이젠하워의 과학담당고문 키스차코프스키 박사의 제안으로 만들어진 원자력잠수함은 핵분열때 나오는 뜨거운 열로 증기를 만들어터빈을 돌리는 탓에 산소가 필요 없었고,그래서 마음만 먹으면 영원히 물속에 있을 수 있는 잠수함이었다.
실제로 노틸러스호는 10년 동안 북극해저항해등 총53만㎞의 항행중 77%를 물속에서 보냈지만 사용연료는 우라늄5㎏이 고작이었다.디젤이었더라면 탱크의 길이만도 총 15㎞에 달하는 연료가 필요했을 것이다.
오늘날 핵잠수함이 가장 전략적인 무기로 인정되는 이유는 「핵탄두 미사일」때문이 아니라 인공위성에 포착되지 않는 유일한 방법으로 끊임없이 이동할 수 있는 무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첨단잠수함도 결국 물속을 들여다 보고 싶다는 인간의 단순한 호기심에서 출발했다.
알렉산더대왕은 줄을 매달고 유리창을 설치한 나무상자에 들어가강바닥을 보기도 했고 17세기 영국의 드레벨은 기름먹인 가죽으로 선체를 둘러싼 목조잠수함을 만들기도 했다.
이후 미국 독립전쟁때 독립군이었던 부시넬은 왼손으로 키를 잡고 오른손으로 프로펠러를 돌리는 1인승 잠수함 터틀호를 제작,뉴욕항에 정박중인 영국 군함까지 접근하기도 했다.그러나 연료기관을 갖추고 물속에서의 오르내림이 가능해진 본격적 인 잠수함은남북전쟁 당시 남군이 만든 「헌리호」가 최초다.
보일러 원통을 개조,휘발유 엔진이 달린 이 잠수함은 하강할 때는 일정공간에 물을 집어넣고,떠오를 때는 압축공기로 물을 밀어내는 「밸러스트방식」(그림참조)을 최초로 적용했다.하지만 시험도중 선체가 가라앉아 승무원 전원이 사망하는 사 고가 네차례나 발생,「떠도는 관」이란 별명이 붙었고 실제 첫 전투때 적함을 격침시키는데 성공했지만 자신 또한 함께 폭발했었다.
물속에서의 산소소비를 줄이기 위해 축전지를 이용하는 방법은 1886년 영국인 칸벨의 노틸러스호가 처음으로 사용했는데,이로써 각국이 본격적인 잠수함의 건조에 나서게 됐고 1902년 미국인 레이크는 잠망경이 갖춰진 잠수함을 만들어냈다 .
디젤기관이 사용된 것은 1912년 독일 U보트로 2년후 영국순양함 3척을 1시간만에 모두 격침시킴으로써 위력을 발휘했다.
2차대전때는 잠수함이 실전에 본격투입됐는데,군함의 기술에만 치중하고 잠수함을 등한시했던 일본은 미군 잠수함에 의해 무려 1천4백척의 군함이 격침되기도 했다.
오늘날 잠수함의 모습은 길이와 폭이 7.5 대1정도의 비율에다 앞은 뭉뚝하고 뒤쪽이 가는 형태가 대부분인데 이는 시속20노트를 돌파할 때 생기는 저항을 이기기 위해 1952년 미국에서 모델실험을 하던중 고래의 형태에서 착안돼 채택 된 것이다.
국내는 92년 독일에서 건조된 장보고함을 모델로 대우조선이 국내기술로 이천.최무선.박익.이종무함을 차례로 건조,총 5척의국산잠수함을 보유하고 있다.
향후 잠수함의 기술은 적외선.광섬유등을 이용한 각종 첨단 추적장비를 피하기 위한 추세로 나아가고 있는데 레이더를 흡수하는스텔스기처럼 음파를 흡수하는 특수도료,프로펠러가 없는 초전도잠수함 개발에 연구가 집중되고 있다.특히 자기부상 열차처럼 잠수함 주변의 물에 전자장을 가해 잠수함과 물이 같은 극이 되도록함으로써 밀치는 힘으로 달리는 초전도잠수함은 지난해 일본이 1차실험에 성공,조만간 실용화가 가능할 전망이다.
李孝浚기자 ◇도움말=▲한국기계연구원 해양공학선박센터 강창구(姜昌求)박사▲대우조선 ILS영업부 나종기(羅鍾基)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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