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책읽기>바르가스 요사著 "궁둥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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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보험회사 부장인 돈 리고베르토는 첫 부인과 사별하고 도냐 루크레시아를 두번째 부인으로 맞게 되는데 그들에게는 한 가지 걱정이 있다.
전처에게서 낳은 외동아들 알폰소가 새엄마를 좋아하지 않으면 어떡할까라는 걱정이 바로 그것.그러나 의외로 사춘기의 알폰소는『자신을 사랑해 주지 않으면 자살하겠다』고 유서를 쓸 만큼 새엄마를 좋아한다.그런 알폰소에게 끌린 루크레시아는 남편 몰래 전처아들과 정사를 벌이고,그것이 발각되어 루크레시아가 집을 쫓겨나는 것으로 결말지어지는 이 소설은 두 가지 흥미로운 화제를낳는다.그 하나가 소년은 「헌엄마」보다는 「새엄마」를 좋아한다는 것. 결과론적으로 보자면 알폰소는 새엄마를 미워하게 되지만,모든 소년들 특히 사춘기 소년은 새엄마를 싫어하지 않는다.왜냐하면 단지 피만의 문제로「헌엄마」는 먹을 수 없는 것이지만 「새엄마」는 먹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소설은 그 무엇보다도 욕정이 발현되는 방식에 대한비밀스러운 실험에 관한 소설이다.거의 모든 장이 그러하지만 특히「리디아의 왕,칸다울레스」「디아나,목욕 후에」「비너스,사랑의음악과 함께」와 같은 장은 두사람의 정사를 지 켜보는 또 다른눈이나 두 사람의 틈을 비집고 들어오려는 또 다른 육체에 의해더욱 거세지는 관능의 가열현상을 다룬다.그것이 이 소설의 주제라는 것은 첫 장「도냐 루크레시아의 생일」에 암시되어 있다.알폰소의 침실에서 끈끈한 생일 축 하 키스를 받은 루크레시아는 흥분되어 리고베르토의 침실로 향하며,남편은 침대에 파고드는 아내에게 『알폰소가 슈미즈차림의 당신을 보았소?』라고 묻는다.즉아들의 눈을 통해 자신의 욕정을 배가하는 것이다.
욕정은 홀수의 법칙 가운데 더욱 뜨겁게 타오른다는 것이 호사가들에게 던지는 이 소설의 두번째 화제인바,바로 그것이 이 소설의 주제일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확실하게 해주는 것은 에필로그에 나오는 다음과 같은 대화일 것이다.
하녀 후스티타가『넌 어느 누가 되었든 새엄마를 원하지 않는거야.왜지?』라고 추궁하자 알폰소는『다 너를 위해 그런거야.이 집에서 새엄마를 나가도록 하면 단지 나와 아빠,그리고 너만 버젓이 남게 되잖아』라고 대답한다.
홀수의 법칙에 대해서는 직접 그 주제를 다루고 있는 마광수의어떤 수필과 욕망의 삼각형에 관한 르네 지라르의 이론을 읽어보는 것이 도움되겠지만,이론적이 아니라 르네상스 시대의 화가들은그 법칙을 구도적으로 이해하고 있었다.그들은 남녀가 사랑을 속삭이는 침대의 밑이나,두명의 처녀가 목욕을 하는 샘가의 수풀에,또는 두 연인이 함께 하는 화폭의 구석진 자리에 몰래 숨어있는 어린 미소년을 그려놓았는데,그 천사를 스핀드리아라고 불렀다. 『영혼을 깨끗이 하는 것은 내장을 비우는 것보다 오히려 훨씬 불안정하다.』 즉 고백성사보다 용변을 잘 보는 일이 더 구원에 가깝다고 말하고,남자와 여자가 함께 있을때 각자는『성당에있는 것보다 더 보호받는 것』이라고 거침없이 말하는 이 작가에게 관능이란 무엇일까.작가에게 그것은 음란함으로 가득찬 수도원이며,사적 종교다.『그곳에서 우리는 늙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영원히 죽지 않는다』는 작가의 아낌없는 엄호속에서 주인공 돈 리고베르토는 당당하게 말한다.
『나는 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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