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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강지처’만 남기고 다 버려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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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떠나고 혼자 되니 너무 힘들었어요.” “월 2만원에 ‘다 보장’합니다.”“아이를 보고 문득 인생의 무게가 느껴질 때….” 이런 보험 CF를 볼 때면 심란하다. ‘나도 든든히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눈앞에 가족 얼굴도 아른거린다. 장롱 서랍에 하나 둘 보험 증권이 쌓이는 이유다. 그뿐인가. 보험사 친구나 친지의 권유를 못 이길 때도 많다. 어느덧 보험 보따리는 불룩하게 군살이 붙는다. 장기 재테크의 적(敵)이다. 다른 투자처에 쓰일 종자돈을 야금야금 갉아먹는다. 내 몸에 맞는 보험을 족집게처럼 추리는 비결은 없을까.

다이어트의 기본
회사원 박모(36)씨는 여섯 살짜리 딸 앞으로 들었던 A사 건강보험을 지난주에 결국 해지했다. 아내가 일찌감치 들어둔 B사의 어린이 보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박씨는 보험설계사 친구의 간청에 3년 전 아내 몰래 계약을 했다. 납입기간인 5년을 못 채워 보험료 170만원 중 90만원만 돌려받았다. 그는 “고민했지만 손해를 보더라도 차라리 적립식 펀드로 돌리는 게 나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박씨와 닮은꼴은 흔하다. 중앙일보 목요일자에 실리는 ‘재산 리모델링’ 코너만 봐도 판박이 보험을 여럿 가진 의뢰인이 많다. 먼저 보장성 보험을 중심으로 비곗살 도려내는 법을 알아보자.

1계명은 상품의 ‘신상명세’ 꿰기다. iHAPPYi의 이택주 재무설계사는 “일반사망·질병진단 같은 굵직굵직한 보장은 생명보험 상품을, 입원·수술할 때 모자란 돈은 실제 치료비를 보상하는 손해보험사의 민영의료보험을 활용해야 보완효과가 좋다”고 말했다. 다만 뇌경색 보장을 놓고 논란이 많은데, 뇌출혈과 달리 대부분 생보사에서 보장이 안 돼 손보사 특별약관을 활용하는 게 좋다.

2계명은 보장을 한곳에 몰아넣는 기술이다. 푸르덴셜생명 백찬현 라이프플래너는 “사망·재해·암 보험에 따로 가입하지 말고 특약을 이용해 하나의 상품에 ‘맞춤형 설계’를 해야 보험료 낭비를 막는다”고 했다.

보험 군살을 빼는 3계명은 ‘위험 대상’도 좁히는 일이다. 집안 내력을 훑어 심장·뇌혈관·암 등과 관련한 특이 질병이 있는지, 자신의 직업에서 어떤 사고가 많이 나는지, 보험이 선진국형 질병을 많이 보장하는지 따지라는 소리다.

4계명은 ‘분수 지키기’다. 전문가들이 권하는 보장성 보험료는 가족 총수입의 8~10% 수준이다. 보장 욕심에 처음부터 많은 돈을 넣다가 감당하지 못해 해지할 때도 많다는 것이다. 월급이 늘면 보장을 더 얹는 게 지혜롭다.

특급 도우미를 만나는 것도 중요하다. 마침 올해 5월부터 ‘우수 인증 설계사’제도가 도입된다. 1년간 판매 불만 민원이 1건도 없고, 보험계약 유지율이 90% 이상이며, 실적도 좋은 상위 5~6%의 설계사들이 생보·손보협회 홈페이지에 게시된다.
 
연령별 테크닉
대원칙이 섰다면 이제 상품 보따리를 꾸릴 차례다. 그런데 보험은 ‘시(時)테크’와 같다. ‘가장 좋은 보험은 한 살 더 젊을 때 가입한 보험’이라는 격언도 있다. 나이별로 보험 포트폴리오를 짚어야 하는 이유다.

<그래픽 참조>
먼저 사회생활을 처음 하는 20대를 보자. 보험 가입 부탁도 많이 받는다. 그러나 보장성은 생보사의 종신보험과 손보사의 실손형(실제 치료비 보상) 의료보험을 버무리면 충분하다. 지갑 사정이 넉넉지 않은 만큼 납입기간은 길게 잡아 보험료 부담을 최소화한다.

저축성 상품인 연금보험도 이때 시작하는 게 좋다.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보험료 책정 기준이 되는 ‘경험생명표’가 3년마다 바뀌고 연금액도 줄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터넷 보험 비교 사이트인 리치플래너에 따르면 올 4월에도 생명표가 변경돼 종신 연금보험 수령액이 연령별로 5~13% 줄어들 전망이다.

30~40대는 종신·질병·노후 대비 보험 보따리를 균형 있게 안고 가야 하는 시기다. 백찬현 플래너는 “가장의 소득을 유지하는 차원에서 종신보험에 반드시 들되 보험료가 신경 쓰이면 ‘정기 특약’을 통해 자녀의 독립 등 정해진 기간까지만 짧게 보장받으면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연금이 없다면 다른 씀씀이를 줄여서라도 반드시 시작해야 한다. 미래에셋생명에 시뮬레이션을 의뢰했더니 대기업 이모(50) 부장이 올해부터 30만원씩 종신 연금보험에 들면 65세부터 월 42만원을 손에 쥐지만(공시이율 연 4.9% 가정), 40세부터 연금을 시작하면 매달 93만원을 받는 큰 차이가 생긴다.

노후를 앞둔 50대는 보장성을 중심으로 위험 대비에 차질이 없는지 구멍을 점검할 때다. 사실 55세가 넘어가면 대부분 보험사에서 원하는 보장을 설계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한국인이 80세까지 부담하는 의료비는 평균 7734만원인데, 60세 이후 부담액이 56%에 이른다. 그러나 70대 전후까지 가입 대상인 ‘실버보험’을 활용하면 치매·중풍과 장기간병 등에 대응할 수 있다.

다만 웰리치 F&I의 김동균 팀장은 “아직은 상품 초기단계라 보장금액이 적고, 치매 등의 통계자료가 부족해 보험사들이 중간에 보험료를 올릴 수 있는 권한도 있다”고 말했다. 일단 올 7월부터는 65세 이상 노인이 치매·뇌출혈 등으로 요양시설을 이용할 때 본인이 20%를 부담하면 나머지는 국가가 건강보험에서 해결하는 ‘노인장기요양보험’도 실시된다.
 
똑똑한 가입자
보험은 용어와 보장내용 등이 복잡하다. 펀드 못지않게 불완전 판매로 민원이 많다. 오죽하면 금융감독원이 시리즈로 ‘보험 가입 요령’이란 보도자료를 낼 정도다.
중복가입만 해도 최근 손보사의 ‘실손형 민영의료보험’이 애물단지다. 이름처럼 실제로 들어간 치료비만 보장하기 때문에 보험을 3개 들어도 치료비가 100만원이면 300만원이 아니라 100만원을 보험사들이 나눠 준다. 1개만 가입하면 된다는 얘기다.

일단 올 상반기까지 보험가입 단계에서 중복가입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될 예정이다. 금감원 보험계리실은 1~5년 주기로 계약이 갱신되는 실손형 상품의 경우 보험사가 위험관리 차원에서 갱신 거절 사유(누적보험금 1억원 초과, 암 진단 확정 등)를 달고 있다며 이를 꼭 확인하라고 당부했다.

역공(逆攻)법도 써먹을 만하다. ‘다 보장된다’고 침 튀기는 모집자에 대해선 거꾸로 보장이 되지 않는 부분을 따져 묻는 방법이다. 백찬현 플래너는 “예컨대 생보사는 뇌경색, 손보사는 임신출산과 치질치료가 보장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갖가지 상품 중에서 알짜를 고르려면 보험소비자연맹 인터넷 사이트(www.kicf.org)를 이용하는 것도 좋다. 지난 1월엔 인기상품인 변액연금보험을 평가해 순위를 발표했다. 수익률 차이는 73~18%까지 났지만, 보험사들은 주식형·채권형을 섞어 평가기준에 문제가 있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한 푼이 아쉬운 보험료를 아끼는 팁도 알아둘 만하다. 보험료를 계좌에서 자동이체하거나, 흡연 여부, 혈압 같은 건강항목이 좋으면 할인 받는 특약을 활용하면 된다. 금감원 보험계리실 김동성 팀장은 “세계적으로 보험은 가장 간단한 상품도 약관이 책에 가깝다”며 “냉장고 살 때도 꼼꼼하게 따지는데 보험은 안 그럴 때가 많다. 가입자들이 반드시 주요 약관을 읽어보고 질문을 많이 던져야 한다”고 권했다.

김준술 jso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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