華僑파워 歐美로 뻗는다-亞洲중심 탈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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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화교(華僑)의 경제파워가 동남아시아에서 중국으로,드디어 구미(歐美)국가들에까지 뻗치기 시작했다.국제비즈니스에서 성공하려면화교커넥션을 모르면 안되게 됐다.화교파워는 지난 85년 세계통화질서를 바꾼 플라자합의의 무대였던 뉴욕의 명문 플라자호텔을 지난 4월 싱가포르의 화교기업이 매입함으로써 새삼 확인됐다.
미국의 월간경제종합지 포브스의 중국어판(94년5월호)에 따르면 동남아시아 주식시장에 상장된 상위 1천개사중 화교가 경영하는 민간기업은 5백17개사에 달하며 주식시가총액으로도 42%를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화교기업의 활동이 아시 아경제의 다이내미즘을 지탱하고 있다.아시아 잠재시장의 선행투자는 거의 화교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다.
중국이외의 각국,지역에 살고있는 화교수는 최소한 2천6백만명을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이들의 강점은▲지연.혈연을 통한 폭넓은 네트워크▲화교 제2세대를 지배하고 있는 해외 유학파들의유연한 서비스정신등을 꼽을 수 있다.화교네트워크 는 출신지에 대한 투자가 눈에 띄게 많다는 점,국경과 지역을 넘어 복잡다양하게 엮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무서운 파워를 갖추고 있다.
지난 92년부터 해마다 열리고 있는「세계화상(華商)대회」는 네트워크의 위력을 과시하는 화교 최대 모임이다.
화교의 대물림도 엄격한 유교전통에 따라 잘되고 있는 편이다.
화교 2세의 대표적인 인물로는 홍콩의 최대 화교그룹인 리카싱(李嘉誠)창장(長江)실업회장의 두아들을 꼽을 수 있다.이들은 美스탠퍼드大에서 전자공학과 토목공학을 전공했다.이들 은 엔지니어출신으로 미국식 합리주의정신을 갖고 있는데다 외국회사경험이 있고 유머감각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들어 화교기업경영이 세계화되면서 문제점을 드러내고있는 것도 사실이다.즉▲중국의식은 강하나 거주국에 대한 충성심이 약해 거주국 정부와의 마찰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는 점▲동남아국가들의 경제자유화.규제완화추진으로 화교네트워 크의 강점이었던 폐쇄성이 외국의 다국적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약점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는 점▲금융자본을 기반으로 자금력은 강하나 기술력이부족하다는 점▲창업자제국을 건설한 제1세대에서 제2,3세대로 교체되는 과정에서 경영인들의 카리스 마 상실,기업가 정신 부족이 현저히 드러나고 있다는 점▲시대에 맞는 새로운 인재의 외부영입벽이 아직도 높다는 점등이 금후 해결해야할 과제로 지적된다.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15일 화인(華人)특집시리즈기사에서 이같은 화교파워의 현상과 문제점을 분석하면서 「분명한 사실은 세계경제의 일체화가 진행될수록 화교네트워크의 위력이 커지게 된다는 것」이라고 화교위기론을 내비쳤다.
東京=郭在源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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