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 폭로' 中 의사 지도부에 공개 서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9면

'사스 영웅' 장옌융(蔣彦永.72) 의사가 7일 중국 지도부에 6000여자에 이르는 장문의 공개 서한을 보냈다.

이 서한에는 1989년 천안문(天安門)사태를 재평가해 달라는 호소가 담겼다.

蔣은 지난해 봄 중국 정부가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확산을 은폐하자 외국 언론에 진상을 폭로해 일약 영웅으로 떠오른 인물. 중국의 지도층 인사들을 치료하는 인민해방군 301병원에서 30여년간 일하다 퇴직해 권력 내면의 사정에도 소상하다.

蔣은 서한에서 "천안문 사태는 중국 공산당의 최대 잘못"이라고 곧바로 찌르고 들어갔다.개인적인 판단이 아니다. 그 근거는 당시 군부 실세였던 양상쿤(楊尙昆) 전 국가주석의 발언이다.

"1998년 내가 楊주석 집에 갔을 때 그는 '6.4 사태는 중국 공산당 역사상 가장 엄중한 잘못이었다'고 말했다.

楊주석은 또 '내가 지금 바로잡을 힘이 없지만 장래엔 누군가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고 蔣은 전했다.

蔣은 이어 "당시 원로였던 천윈(陳雲) 중앙고문위원회 주임도 역시 당 지도부에 서신을 보내 '다시는 이런 일이 있어선 안 된다'며 6.4 사태를 폭동으로 규정한 사후 처리 방식에 불만을 터뜨렸다"고 증언했다.

蔣은 "베이징(北京)시장이었던 천시퉁(陳希同)이 시위 사태를 부풀려 거짓으로 보고하는 바람에 최고 지도자인 덩샤오핑(鄧小平)이 상황을 잘못 판단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홍콩의 정치평론가들은 ▶후진타오(胡錦濤) 주석 등 제4세대 지도자들이 신사고를 표방해온 점▶현재 정치토론장인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국회 격)가 열리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이번 서한이 만만찮은 파문을 몰고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콩=이양수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