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작기행>"메가미디어 조직개편" 케빈 메이니著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멀티미디어 혁명.정보슈퍼하이웨이.인터액티브 커뮤니케이션.가상현실등. 일반인들에게도 그렇겠지만 특히 정보산업이나 미디어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는 상상력을 한없이 부추기면서도 두려움으로 다가오는 단어들이다.이런 단어들이 지니는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를 점검하는데 도움 이 될만한 책이 미국에서 출판되었다.
첨단기술전문 저널리스트인 케빈 메이니가 쓴 『메가미디어 조직개편』(Megamedia Shakeout . John Wiley & Sons刊.$24.95).
저자는 컴퓨터.TV.영화.전화등이 하나로 통합될 메가미디어산업의 생성과정을 설명하고 그 혼란의 와중에서 기업들이 벌이는 몸부림을 소개하고 있다.메이니는 특히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합병을 선언,경쟁에 선두로 나섰다가 변화의 물결 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는 바람에 합병이 무산돼 오히려 뒤처지게 된 텔레커뮤니케이션社(TCI)와 벨 애틀랜틱社의 행태를 집중적으로 분석,바람직한 변화상을 제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미국 최대의 케이블 TV회사인 TCI의 존 맬런회장과 미국 제2위의 전화회사인 벨 애틀랜틱사의 레이 스미스회장이 사상 최대규모의 합병을 선언한 것은 1993년 10월.세계에서 가장 큰 커뮤니케이션.엔터테인먼트 회사가 탄생되던 순간 이었다.거래조건은 벨 애틀랜틱사가 3백30억달러에 TCI의 부채를 끌어안는다는 것이었다.
바로 그날은 지금도 커뮤니케이션산업의 다른 업체들한테는 악몽으로 기억되고 있다.맬런회장과 스미스회장이 흥분에 들떠있는 사이 전화회사인 퍼시픽 텔레시스와 벨 사우스社.미디어 재벌인 콕스 엔터프라이즈社.TV 프로그래머사인 QVC네트워 크의 대표들은 머리를 맞대고 대응책을 논의했다.
벨 애틀랜틱사와 TCI의 합병노력은 커뮤니케이션.정보.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다른 기업들이 방심한 사이에 일어난 일이어서 더욱 충격적이었다.다른 회사들도 93년초부터 TV.전화.컴퓨터등이 하나의 기술로 결합되기 시작하는 변화의 조짐을 충분히 읽고있던 터였다.전화회사가 케이블 TV를 구입하고,케이블 TV회사들은 기존 시스템에 전화를 결합하는 방법을,컴퓨터 회사들은 PC화면에 비디오를 장착하는 기술을,할리우드에서는 전화선으로 영화를 내보내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을 때였다.
두 기업의 합병선언은 촉매제로 작용,업계에 일파만파를 일으켰다.인터액티브 커뮤니케이션.채널 5백개의 TV.쌍방 커뮤니케이션등 차세대 커뮤니케이션 청사진이 서둘러 발표되었다.논의 초기단계였던 정보하이웨이가 어떤 식으로 구축될 것인지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했던 것이다.퍼시픽텔레시스사의 비디오 정보망구축계획,엔터테인먼트사인 비아콤사의 패러마운트 영화사 인수,사우스웨스턴벨사의 콕스 커뮤니케이션사 TV파트 구입등이 대표적인 움직임으로 꼽힌다.
그도 그럴 것이 전화회사와 케이블 TV회사가 힘을 합하면 정보하이웨이가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닌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이처럼 미디어관련 업계의 변화가 하루가 다르자 94년초에는 그같은 변화를 촉발시켰던 벨 애틀랜틱사와 TCI까지 그들의 합병을 재고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하고 말았다.
두회사의 합병협상이 결렬된 표면적 이유는 94년2월 케이블tv요금을 7%삭감한 미국연방통신위원회(FCC)의 조치였다. 요금 변화에 따라 TCI의 평가가 더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진짜 속사정은 두회사가 상대방을 더이상 필요로 하지 않을 정도로 업계상황이 급변한데 있다.
벨 애틀랜틱사로선 자사가 원하는 서비스를 송출하는데 TCI의케이블망이 더이상 필요하지 않게 되었고 TCI로서도 관료적 조직인 벨 애틀랜틱스사로는 새로운 시대의 가정오락분야를 이끌수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벨 애틀랜틱사와 TCI도 새롭게 시작하는 수밖에 없게 되었다.벨 애틀랜틱사의 경우 지난해말 1백10억달러를 투입,BAnet라는 디지털 정보와 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한 시스템과 스타게이저러눈 인터액티브 프로그래밍 서비스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TCI측도 마이크로소프트사와 협력,인터액티브 PCTV 채널및벨 애틀랜틱사의 구상과 맞먹는 하이테크 TV시스템을 구상중이다 그 누구라도 미디어 관련업계 전분야의 굵직한 파트너와의 동맹을 통해 국제 커뮤니케이션과 엔터테인먼트를 장악할 거대복합기업을 만들어내기 전까지는 업계의 혼란이 계속될 것이 분명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