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눈] '암기'가 학생 흥미 죽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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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장윤희 학생기자(경기 경안고3)

초등학교 4학년 때인 어느 날 학교에서 산수 시험을 치렀다. 채점하시던 담임 선생님께서 나를 불러내 시험을 가장 못 봤다며 혼을 냈다.

나는 무섭고 서러워 친구들 앞에서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날 이후 난 수학이 싫어졌다. 중학교에 들어가서도 멀리했다. 그리고 나는 유치원 때부터 품었던 과학자의 꿈을 버려야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수학은 못했지만 과학 점수는 좋았다. 3학년 땐 전국 과학경진대회에서 입상까지 했다. 담임 선생님께선 과학은 잘하는데 왜 수학은 못하느냐며 진로를 이공계로 정해 보라고 하셨다.

선생님 말씀대로 고등학교에 들어가면 수학을 만회해 이과를 택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이미 수학에 대한 자신감을 잃은 뒤라 뜻대로 되지 않았다. 나는 결국 2학년 때 문과를 택했고,올해 고3이 됐다.

이공계의 위기라며 온 나라가 야단이다. 나라에서 대책으로 내놓은 이공계 졸업자의 취업 알선도 좋고,장학금을 주는 것도 좋다. 하지만 사후 대책보다는 학교에서 다양한 실험실습 위주의 교육을 하고, 꾸중보다는 격려와 칭찬을 많이 해 과학에 흥미를 갖도록 하는 일이 중요하다.

이공계를 피하는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가 학교의 교육방법이 잘못돼 학생들이 수학과 과학에 흥미를 잃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교사들에게도 지도방법을 개선할 수 있도록 연수기회를 확대해야 한다.

장윤희 학생기자(경기 경안고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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