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DNA 法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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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DNA의 발견은 생물학의「코페르니쿠스적 혁명」으로 불린다.인체구조의 생화학적 신비(神비)를 벗겨냈기 때문이다.스위스의 프리드리히 미셰르가 1869년에 발견했지만 그 실제구조는 1953년 미국의 생화학자 제임스 슨과 영국의 분자생물 학자 프랜시스 크릭이 밝혀냈다.
DNA는 유전자를 이루는 기본 화학물질이다.그 구조는 나선형계단모양으로 꼬리를 물고 있다.하나를 직선으로 펼 경우 길이가1.8m라고 한다.개개 모양새의 수는 수십억을 헤아린다.DNA의 99% 이상은 사람마다 똑같다.머리 하나에 코와 입 하나,눈이 두개씩인 것은 이런 이치다.머리칼과 피부등 각기 다른 용모는 나머지 1% 미만의 차이가 결정한다.1%에서 다시 그 10분의 1의 세계로 내려가면 차이는 더욱 두드러진다.
DNA검증(檢證) 기법은 친자(親子)확인이 나 전사자 유해를통한 신원확인,유전성 질환의 규명등에 이용돼 왔다.
범죄수사와 재판에 도입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88년 미국에서한 남자가 여인 4명을 욕보이고 살해했다.목격자도,증거도,지문도 발견되지 않았다.현장에서 채취된 정액(精液)흔적을 DNA테스트,범인을 밝혀냈다.범인은 94년4월 사형이 집행됐다.DNA검증에 의한 사형집행 첫 케이스다.
전 부인과 그 남자친구의 살해 혐의를 받고 있는 왕년의 풋볼스타 O J 심슨의 재판은 영락없는「DNA법정」이다.고교 생물시간을 전국에 생중계하는 착각마저 안긴다.DNA검증회사 셀마크다이어그노스틱스의 실험실장 로빈 코튼여사는 배 심원과 TV시청자 앞에 「생물교사」로 나섰다.『동질적인 쌍둥이 말고는 DNA패턴은 사람마다 독특하다.채취된 샘플이 오염되면 결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는 있어도 그 패턴은 변함이 없다….』그림까지 곁들인 설명에 모두가 메모하기 바쁘다.범행 현장에서 채취된 혈흔의DNA패턴은 심슨의 것과 일치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DNA검증은 혈액이나 머리칼등 그 어떤 검증보다 정확하지만 1백% 완벽하지 못한 점이 문제다.셀마크는 지금까지 3백30건을 검증,4건은 재판부가 수용하지 않았다.DNA의 편린(片鱗)을 중합(重合)효소적 연쇄반응에 미루어 전체 패턴 을 추정하는것이 현 검증기법이다.심슨의 변호인단은 이 기법에 회의적인 케리 멀리스(93년 노벨상 수상 생화학자)를 반대증인으로 내세우는등「DNA의 과학」은 갈수록 가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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