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환경 테러리스트’에 골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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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미국에서 자연훼손에 대한 응징이라며 각종 시설 등을 공격하는 ‘환경 테러리스트(Eco-terrorist)’들이 설치고 있다.

3일(현지시간) 새벽 미 워싱턴주 시애틀 교외에서 ‘지구해방전선(Earth Liberation Front)’이라고 밝힌 범인이 200만 달러짜리 고급저택 다섯 채에 방화해 세 채가 전소되고 두 채가 일부 불에 탔다. 이 집들은 아직 안 팔린 빈 신축 저택들이어서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700만 달러 이상의 손해가 났다. 화재 현장에서는 ELF 명의의 ‘환경친화적 건축? 웃기지 말라’고 쓴 종이가 발견됐다.

경찰은 피해 주택들이 공격 목표가 된 건 건축업자들이 환경친화적 건축물이라고 선전한 것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건축업자들은 이들 집이 열효율이 좋고 재활용이 가능한 건축자재들을 사용한 친환경적인 주택이라고 선전해 왔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각 저택들이 370㎡ 이상의 녹지를 택지로 개발한 데다 주변 생태계를 위협한다는 이유로 공사를 반대해 왔다.

미국 소방관들이 3일 시애틀 교외 우딘빌에서 화재가 난 호화저택들의 불을 끄고 있다. 화재 현장에서는 급진환경단체 이름의 머리글자가 적힌 사인이 발견됐다고 소방 당국이 밝혔다. [우딘빌 AP=연합뉴스]

가장 유명한 환경테러단체인 ELF는 별도의 지휘부 없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소속원들이 독자 계획을 세워 테러를 자행하고 있다. 이들은 1996년 이후 최소 17건의 방화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FBI는 파악하고 있다. 98년에는 콜로라도주 베일 스키장이 공격받아 1200만 달러의 피해를 냈다. 2001년에는 워싱턴대 도시원예연구소가 수목들에 대한 유전공학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잘못 알려져 ELF 소속원에 의해 불탔다. FBI는 2005년 ELF 조직원 10여 명을 적발해 기소한 바 있다.

ELF와 비슷한 단체인 ‘동물해방전선(Animal Liberation Front)’도 그동안 수백 건의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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