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라크의프랑스>下.경제회생에 정책 최우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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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자크 시라크는 대통령당선 제1성(聲)으로「실업과의 전쟁」을 선포했다.경제대통령을 자임하고 나선 셈이다.
지수상으로만 보면 현재 프랑스의 경제상황은 괜찮은 편이다.무역수지는 사상 최대의 흑자를 내고 있고,연간 인플레율은 2%도채 안된다.경기는 지난해를 고비로 회복기에 접어들어 성장률은 올해 3%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그러나 국민들이 체감(體感)하는 경제는 안으로 곯고 있다.가장 큰 주범은 실업이다.
73년 1차 오일쇼크 때 50만명에 불과하던 실업자는 현재 3백30만명으로 실업률을 12.2%로 끌어올렸다.특히 젊은이들은 4명중 1명이 실업자다.
구조조정을 내세운 기업들의 감원바람 속에 임금은 수년째 제자리 걸음이지만 해고 위기 때문에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고 있다. 시라크 대통령은 그래서 대부분의 선거유세를 달콤한 경제공약을 쏟아내는 데 할애했고,당분간 다른 문제는 제쳐두고 모든 정책 방향을 경제회생에 집중시킨다는 계획이다.최우선 과제는 고용창출.일명「고용촉진계약」(CIE)」을 도입,장기실업 자를 고용하는 기업에 대해 사회보장 분담금을 전액 면제해주는 동시에 2년동안 국고에서 月2천프랑(약30만원)의 수당을 지급한다는 것이다. 또 대규모 서민주택을 건설하고 기업과 봉급생활자의 사회보장 분담금을 삭감함으로써 투자의욕을 북돋우는 동시에 봉급생활자의 임금인상을 유도,구매력을 높여 경기를 활성화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성장과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좇는 청사진이 그대로 실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수년을 참아온 프랑스 국민들은 지금 기대심리에 잔뜩 부풀어 있다.따라서 어떤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당장 다음달에있을 지방의회 선거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미테랑 집권 14년간 그랬듯이 경제문제는 시라크에게도 여전히아킬레스腱이다.
[파리=高大勳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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