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인권이냐 사회안전이냐-오클라호마사건 계기 인권제한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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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개인의 인권은 사회안전에 우선돼야 하는가.그렇지 않다면 인권은 어디까지 제약될 수 있는가.
미국은 지난달 오클라호마시티 연방건물 폭탄 테러사건을 계기로또다시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
미국은 건국 이래 수많은 이슈에 대한 논쟁으로 민주주의 제도를 검증해 왔으나「인권 對 사회안전」의 싸움은 그중 가장 오랜세월동안 치열하게 전개돼 왔다.요체는 모든 인간이 가지고 있는「자기표현의 권리」와 「사회의 자기 보호권리」사 이에서 어디쯤이 과연 가장 적당한 균형점인가 하는데 모아진다.
논쟁은 미국의 언론계는 물론이고 학계.정계 등에서 광범위하게전개되고 있는데,대체로 사회안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인권을 제한해야 하며 지금보다 더 엄격한 법률이 제정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우세한 분위기다.즉 범죄행위를 규제하는 사법 당국에 더많은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공권력강화에 가장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쪽은 연방수사국(FBI)을 비롯한 사직 당국.그들은 현행 수사권으로는 범죄를 예방하기는 커녕 범인을 체포하는데도 한계가 있다고 불평하고 있다.
FBI의 수사 권한은 70년대 인권논쟁을 거쳐 83년 대폭 축소됐는데 수사관계자들은 현행 규정으론 범행용의자에 대한 사전접근이 극도로 제한돼 범죄를 예방하기엔 무리라는 지적이다.
전직 FBI수사관인 올리버 레벨은『어떤 그룹이 범죄를 모의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도 손발이 묶여있는 수사관은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그룹 모임에 사람을 보내거나 관찰할 수 없도록 하기 때문이다』고 토로했다.
루이스 프리 FBI국장도 지난주 의회 청문회에서『늑장처리가 허락된다면 FBI의 권한은 현재로서도 충분히 강력하다』고 비아냥거렸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오클라호마시티 사건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인권이 침해되더라도 테러집단에 대한 법률이 강화돼야 한다』고 대답한 사람이 4명중 3명에 달했다.
그러나「치안」드라이브가 확대재생산될 경우 인권이 심각한 침해를 받을 것이란 우려도 만만찮다.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아이라 글레이서는 『FBI의 권한을현재수준 이상으로 확대한다면 이는 곧 50년대 매카시즘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라고 반박했다.트렌트 로트 상원의원(共.미시시피)도『우리가 비극에 대처해온 역사를 돌이켜보면 성급한 대응으로무리수를 자초해 온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치안론자」들을 경계했다. 이처럼 논쟁이 가열되자 헨리 하이드 하원의원(共)은『정답을 찾기 위해서는 토머스 제퍼슨 대통령이나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을 다시 모셔와야 할 판』이라고 어려움을 실토하고 있다.
〈李元榮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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