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도 비상이 걸렸다. 3일 열린 새 정부 첫 국무회의는 사실상 ‘물가·서민생활 안정 대책회의’였다. 유류세를 10% 내려 휘발유 값을 L당 82원 낮추는 안도 의결했다. 이명박(얼굴) 대통령은 “(세계적으로 물가가 오르고 있지만) 국가마다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차이가 있다”며 “장바구니 물가가 중요하기 때문에 특별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끝 모를 물가 상승=소비자 물가보다 ‘장바구니’ 물가는 더 뛰었다. 통계청은 지난달 생활물가지수가 1년 전보다 4.6% 올랐다고 밝혔다. 생활물가지수는 서민 생활과 밀접한 152개 품목을 추려서 산출하는 지표다. 파(103%)·배추(76%)·감자(39%) 같은 농수산물 가격은 폭등세를 보였다. 국제 원유 가격 상승으로 액화석유가스(LPG)·경유·휘발유는 17~25% 올랐다.
게다가 정부가 인상을 억제하겠다던 공공요금까지 올라 물가 상승세를 부추겼다. 호적 등·초본이 가족관계등록부로 바뀌면서 500원 하던 수수료가 1000원으로 인상됐고, 지방자치단체가 인상률을 결정하는 하수도료는 8% 뛰었다. 대입학원비가 6% 올라 교육비 부담은 더 커졌다.
전체적으로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3.6%는 1월(3.9%)보다 낮지만, 이는 지난해 2월 물가가 많이 올랐기 때문에 나타나는 착시 현상이다. 최근 가격이 올라 2월 물가에 잡히지 않은 라면 값과 3월 새 학기 등록금 인상을 감안하면 물가는 앞으로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이명순 기획재정부 물가정책과장은 “고유가와 곡물 가격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여 소비자 물가는 3% 중반대에서 계속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물가 회의된 첫 국무회의=기획재정부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주로 서민생활 안정 대책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이례적으로 대책별 추진 일정을 날짜까지 구체적으로 밝혔다. 출퇴근 시간의 고속도로 통행료를 50% 인하하는 방안은 3월 31일까지 완료하겠다는 식이다. 무주택자가 시중 금리보다 싼 이자로 돈을 빌릴 수 있는 국민주택기금의 대출 금리도 5.2%에서 동결하기로 했다.
대통령의 지시도 구체적이었다. 이 대통령은 “유류세 인하가 실제 가격 인하로 이어지도록 하라”며 “소비 증대로 이어지거나 대형차를 타는 사람에게 혜택이 가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대중교통요금 인상 억제를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1일 중소기업을 방문한 것을 소개하며 “원자재 값이 오르는데 제품 값은 오르지 않아 어려운 점이 있더라”라며 “중소기업의 신기술 제품에 대해 정부가 우선 구매를 해주면 좋겠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김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