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여자가 사는법"작가서영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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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숱한 비난과 논란에도 시청률 1위를 독식하는 인기 속에서 종영을 한주 앞두고 있는 『이 여자가 사는법』의 작가 서영명(徐煐明.45)씨를 만나봤다.
-저질 드라마라는 일부 비난에도 불구하고 큰 인기를 얻었는데그 이유라면.
▲뭐,서영명이가 잘 썼으니까(웃음)… 사실 체면과 내숭이 우리 정신문화를 지배하는게 문제예요.가식으로 포장되고 진실은 감춰지잖아요.저질이라는 말도 그래요.
그런 맘을 품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치부를 보여주면 저질이다 뭐다 말들이 많 거든요.
-비현실적인 부분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잖습니까.
▲비현실적요? 저는 4천만명중 한사람의 이야기를 써요.많은 사람의 공통된 이야기라면 어떻게 드라마가 되겠어요.그렇다고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지어낸것도 아녜요.『이 여자…』의 모든 배역이 내가 알고있는 실존인물들의 이야깁니다.안우정의 경우 후배 이야기를 친구로 바꾸다보니 무리가 따르긴했지만….
-며느리 친구와 결혼하는 시아버지의 모습이 지나치게 희화화되고 신세대부부가 반푼 같은 행동으로 일관했는데도요.
▲그 부분이 가장 안타까웠어요(인정한다는 표정).제가 설정한캐릭터는 그게 아니었거든요.백일섭씨는 원래 교장 출신의 점잖은인물로 설정됐었는데 재미있게 하려다보니 고뇌하는 연기를 많이 보여주지 못한 것 같아요.홍학표.김원희 커플도 자신만 아는 X세대가 철든 신세대로 변모하는 모습을 보여주려했는데 욕심만큼 안됐고요.X세대의 모습을 알기위해 압구정동에서 1주일을 살면서취재했는데…(X세대와 신세대의 차이점을 재삼 강조).
-극중 PD가 자신의 드라마를 비판한 신문기사에 흥분하는 장면을 두고 작가가 드라마를 한풀이 마당으로 이용했다는 비난도 있었는데.
▲사실 화도 났어요(웃음).언론의 성급함에요.드라마는 화폭에커다란 나무를 그려가는 작업이라고 생각하는데 골격만 그린 미완성 작품을 가지고 잎이 없다 가지가 없다고 비난을 하니까요.
-결말을 해피엔딩으로 가져간 것은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튀는」 쪽으로 가다가 적당히 면피하기 위한 것 아닙니까.
▲모든 갈등이 해소되고 완전히 용서되는 그런 도식적인 해피엔딩은 아녜요.세 여자가 다시 또다른 출발점으로 돌아와 각기 자신의 삶을 사는거죠.언제 다시 터질지도 모르는 갈등구조를 가슴에 안은채…뭐,삶이란게 그런것 아닌가요.
-드라마 속의 방송작가가 본인 이야기라는 소문도 있던데.
▲천만에요.고2때 남편을 만나 11년 연애 끝에 결혼해서 지금까지 살고있는걸요.게다가 애교나 남편 대접으로 봐도 극중 유순애보다 제가 한수 위예요.또 화가인 남편과 늘 연애하는 기분으로 살고요.서로의 작업 시간이 다른 탓도 있지만 우리 부부는평소 각방을 써요.대신 한달에 한두번씩 함께 양수리 등지의 러브호텔에 가죠.
-『댁의 남편…』『이 남자…』등 서영명씨의 작품을 보면 사회의 가부장적 권위에 도전하는 여성이 많은데….
▲그럴지도 몰라요.일부러 의식하는것은 아니지만…엄격한 유교집안에서 여자라고 차별대우도 많이 받았거든요.
-앞으로의 계획은.
▲연말까지는 좀 쉬고요.이미 구상이 끝난 작품이 서너편있지만무엇보다 우선 호수같이 잔잔한 드라마를 써볼 작정이에요.「튀는」 드라마가 아니라도 시청자를 사로잡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보이겠어요.
글.사진=李勳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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