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美서 측근들 전화질책-民主,金心타격全南경선 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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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선생님 죄송합니다.제가 됐습니다.』허경만(許京萬.순천)의원은 전남지사 후보 경선 승리를 보고하면서 시종 사죄했다.6일 오후9시40분쯤의 국제전화였다.미국에 있는 김대중(金大中)亞太평화재단이사장은 짤막하게『알았다.돌아가서 보자』고만 응 답했다. 측근의원들과의 통화에서는 상당한 질책도 있었다고 한다.許의원은 수화기를 내려놓기전『귀국하시는 날 공항에 꼭 나가겠다』며충성을 다짐했다.
이유야 어찌됐건 김심(金心)이 그의 정치적 아성(牙城)에서 거부당한 만큼 金이사장에게는 큰 충격이다.그만큼 그 후유증도 만만찮아 보인다.
당장 당내 경기도지사 후보 선출에서도 비슷한 문제점이 노출될수 있다.
8일 총재단회의를 앞두고 권노갑(權魯甲.목포).한광옥(韓光玉.서울관악갑)부총재등 동교동 직계는 이종찬(李鍾贊.서울종로)카드를 관철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전남에 이어 김심이 연패(連敗)당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기택(李基澤)총재측은 金이사장의 무리한 개입은 오히려 선거를 망칠 수 있다며 방어막을 치고 있다.경선을 포기하면서까지 김심을 관철할 경우 비호남권 표는 모두 달아날 수도 있다는 논리다.
열쇠는 김상현(金相賢)고문,김원기(金元基.정읍).유준상(柳晙相.보성)부총재등 중도 또는 汎동교동계가 쥐고 있다.金부총재는8일 회의에서 이 문제를 공식 거론하겠다고 7일 다시 확인했다.그러나 이들이 어느 정도 강도(强度)로 金이사 장 입장을 옹호할 지는 아직 뚜렷하지 않다.金고문등은 전남경선 쇼크를 포함해 복합적인 정세전망을 해본뒤 지지 강도를 조절할 것이다.
모두 김심이후의 야권 정국을 염두에 두고 행동하고 있다.김심이 무너졌다고 판단하면 빨리 나서야 하고,아직 건재하다면 그 영향력을 끌어안아야 한다는 복잡한 계산들이 깔려 있다.
이런 현상을 놓고 여당에서는 벌써부터 金이사장의 점진적 영향력 퇴조를 희망섞어 말하고 있다.광주나 서울 경선에서도 2차투표까지 갔던 것이 우연한 일이 아니란 주장이다.金이사장은 지방선거를 겨냥한 적극적인 행보를 다소 늦출 것으로 보인다.정치에대한 직접적인 언급도 빈도를 낮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회적인 방법으로 전환하더라도 김심이 살아있다는 것을재확인시켜주기 위해 새로운 방법을 강구할 것으로 보인다.金이사장이 귀국한 바로 다음날 경선하게 돼 있는 경기도지사문제를 무리해서라도 관철할지 모른다는 일부 관측도 그 때 문이다.
다만 측근을 통한 김심 전달방식은 재검토할 것으로 보인다.이번 경선을 통해 김심을 만들고 전파하는 과정에 상당한 문제가 있는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동교동 가신(家臣)그룹중에서도 일부만 참여해 소외 그룹을 양산했다.김심을 만들고 전파하는 과정에 모두 문제가 있었다.지난 여름 원내총무 경선,야당몫 국회부의장 선출 때와 비슷한 양상이다.
金이사장이 12일 귀국하면 우선 당내 각 계파에 대해 부드러운 손짓을 하며 폭넓게 껴안을 것으로 예상된다.측근정치 대신 중진들의 다극체제 관리로 극복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金鉉宗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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