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참사로 부모잃은 50명 "어린이날이 더 슬퍼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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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아빠가 우방타워랜드에 데려가고 켄터키치킨도 사준다고 약속했는데….』 대구 지하철공사장 가스폭발사고로 아빠를 잃은 陳경태(10.상원국교4).경민(8.상원국교2)군 형제는 어린이날까지잃어버렸다.아빠 진진교(陳鎭敎.35.시내버스 모범운전사)씨가 가스폭발사고가 일어난 영남중.고 앞 상인네거리에서 교통정 리를하다 숨지고 말았기 때문이다.
『8일 어버이날엔 아빠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드리고 선물도 마련하기 위해 한달전부터 용돈을 아껴왔는데 이제 아빠가 안계시니 꿈마저 잃어버렸어요.』 경태군은 울컥 치미는 설움을 억제하듯 푸르디 푸른 5월의 하늘로 시선을 던졌다.
아빠가 어이없는 죽음을 당하던 날은 마침 이들 형제가 대덕산으로 소풍가는 날이었다.빵이랑 과자랑 잔뜩 사주신 아빠가 이날오전7시쯤 집을 나섰는데 한시간도 못돼 저 세상으로 가버릴 줄이야…. 그래서 경태군 형제는 지금도 아빠가 돌아가셨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아 이따금『아빠…』를 불러본다.또 金상현(10.송일국교4).상윤(8.송일국교1)군 형제는 경주 도투락월드로 여행갔던 지난해 어린이날과는 달리 할머니 곽선희(郭善姬.6 8)씨와 함께 쓸쓸히 집을 지켜야 한다.
18년간 공직생활로 쫓기던 엄마 김명숙(金明淑.37.신천3동사무소직원)씨가 이번 어린이날에『대전 엑스포과학공원 구경가자』며 손가락까지 걸고 축구공도 사주기로 약속했으나 야속하게도 저세상으로 가버렸기 때문.
그러나『엄마가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실감하지 못하는 상윤군은『어린이날에 엄마와 대전 엑스포과학공원 구경 가기로 했는데 왜엄마가 안오는거야』며 형을 졸라대기 일쑤다.
제법 의젓한 형 상현군은 그날의 악몽이후『엄마가 보고싶다』고보채는 동생의 투정을 받아가며 엄마의 죽음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權두표(12.상인국교6)군도 이제 손 잡아줄 아빠가 없다.두표군의 아빠 權영찬(43)씨가 그날 아침 승용차로 형 오공(16.성서공고2)군을 등교시키다 날벼락을 맞고 저 세상으로가버렸고 형은 다행히 목숨을 건졌으나 중상을 입고 보 훈병원에입원중이다.그래서 두표군은 어린이날도 잊고 어머니 文복순(42)씨와 함께 형의 병실을 지키고 있다.
『어린이날까지 빼앗아간 어른들이 미워요.제가 어른이 되면 사고없는 세상,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거예요.』 대구 가스폭발사고로아버지를 잃었거나 어머니를 잃은 어린이는 줄잡아 50여명.이들은 한결같이 쓸쓸한 어린이날을 맞고 있다.
[大邱=金善王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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