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푼돈'에 눈 먼 억만장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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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요리.집 단장 등 가정생활 관련서적 출판으로 억만장자 대열에 오른 여성 기업인 마사 스튜어트(63)가 유죄 평결을 받았다.

미 뉴욕 맨해튼 연방지법 배심은 6일(현지시간) 스튜어트의 사법 방해와 음모, 두 건의 거짓진술 등 모두 4개항의 혐의에 대해 유죄라고 평결했다. 이로써 '가사(家事)의 여왕'으로 불리며 부와 명성을 함께 누렸던 그는 실형을 선고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스튜어트는 평결 후 "이번 평결은 고통스러운 것이지만 아무 것도 잘못한 일이 없고 가족과 친구들에게서 계속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나는 편안하다"면서 항소할 뜻을 밝혔다.

그는 생명공학업체 임클론의 주식 4천여주를 보유하고 있다가 2001년 말 이 업체가 개발한 신약이 미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내부정보를 미리 입수해 주식을 내다 판 혐의로 당국의 조사를 받았다.

1941년 뉴저지주의 폴란드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대학을 졸업한 뒤 뉴욕에서 증권브로커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증시 불황으로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해 남편과 함께 코네티컷주로 이사한 그는 73년 요리.바느질.집 단장.화초가꾸기 등을 다루는 살림정보 책자 '엔터테인먼트'를 발간했다.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스튜어트는 유명해졌다. 그는 87년 할인점 K마트의 컨설턴트 겸 대변인으로 발탁됐고, 90년에는 타임워너의 출판사업 부문과 제휴해 '마사 스튜어트 매거진'이라는 잡지를 출간했다.

99년 자신이 설립한 회사인 '마사 스튜어트 리빙 옴니미디어'가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되면서 그는 인생의 절정기를 맞았다. 주식 호황기에 자산이 10억달러를 넘어 포브스 등 경제 잡지의 갑부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가 임클론을 부당거래해 챙긴 이득은 23만달러로 추산된다. 억만장자에겐 '푼돈'에 불과한 작은 이득을 챙기려다 큰 탈이 난 것이다.

김동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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