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베개 오염물질 16이면 이 베개는 0~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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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없는 고층 건물이 늘고 있다. 창문 대신 기계식 환기 장치가 있지만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가동 횟수를 줄이는 경우가 많다. 환기가 잘 안 되면 오염물질 때문에 기침과 두통, 아토피 피부병이 생기는 새집 증후군에 걸리기 더 쉽다. 그런데 시멘트·페인트 등 건축 자재뿐 아니라 실내에서 사용하는 생활용품도 새집 증후군을 유발하는 톨루엔·포름알데히드 등의 오염물질을 배출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근 국립환경과학원은 소파·컴퓨터 등 생활용품 20여 종이 오염물질을 어떻게 방출하는지 1년 동안 실험한 결과를 내놓았다. 보고서를 작성한 장성기 실내환경과장은 “건물 환기가 잘 안 되면 생활용품에서 방출되는 오염물질의 위험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농산물은 친환경마크를 보고 좋은 제품을 고를 수 있지만 생활용품은 그럴 수 없다. 우리나라는 미국의 ‘그린가드’ 같은 친환경 생활용품 인증제도가 없기 때문이다. 정부도 친환경 생활용품 인증제를 도입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으나 2010년 이후가 될 전망이다. 현 단계에서 생활용품에서 나오는 오염물질로 인한 피해를 줄일 방법이 없을까. 국립환경과학원의 보고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길이 보인다.

같은 제품군 중에도 오염물질이 덜 나오는 종류가 있다. 폴리우레탄으로 만든 메모리폼 베개의 경우 오염물질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 일반 베개의 오염물질 방출량은 메모리폼보다 최고 16배나 많다. 컴퓨터는 작동하고 2시간이 지난 뒤 오염물질이 방출되는데 노트북은 시간이 지날수록 방출량이 감소한다. 데스크톱은 작동 4시간 뒤 방출량이 최고조에 이르고 8시간까지 계속 나온다. 오염물질의 순간 방출량은 노트북의 최고 30배에 이른다. 프린터의 경우 인쇄할 때 오염물질이 가장 많이 배출되는데 레이저 프린터가 잉크젯 프린터보다 5~10배 오염물질이 많이 나온다.

가전제품은 평소에는 괜찮지만 작동할 때 열이 발생하면서 오염물질이 나온다. 전기청소기는 작동하자마자 평소의 100배에 이르는 오염물질을 방출한다. 복사기는 작동 60분이 지난 뒤 방출량이 가장 많다. 환기할 때 이런 시간차를 감안하는 것이 좋다.

가구는 제작된 뒤 14일까지 전체 오염물질의 65%가 방출되고, 28일까지 80% 이상이 방출된다. 따라서 만든 지 두 달 이상 된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안전하다. 소파·침대 등 여러 소재가 섞인 것이 장롱이나 협탁처럼 나무로만 된 제품에 비해 오염물질을 오랫동안 방출된다. 사무용 책상은 하루 만에 오염물질 방출량이 확 줄어들어 제조일자에 크게 구애받지 않아도 된다.

장성기 과장은 “이번 실험은 오염물질 방출 패턴을 보기 위한 것이라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알기 어렵다”며 “(오염물질의 발생이) 인체에 좋지 않은 것만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대용량, 새 제품일수록 오염물질도 많이 방출된다. 소비 패턴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구희령 기자 healing@joongag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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