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노카족’에 일본 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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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위크 수다 기미유키는 일본 자동차 회사들의 입맛에 딱 맞는 고객이라 하겠다. 젊고(34세) 도쿄의 인터넷 서비스 회사에서 성공한 간부며, 가처분소득이 많다. 스포츠유틸리티 차량인 도요타의 힐룩스서프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주로 지하철과 기차를 이용한다. “전혀 불편이 없기 때문”이라고 그는 말한다. 게다가 “차량 소유란 20세기 개념이다.”

수다는 일본에서 일어나는 걱정스러운 추세를 대표한다. 특히 젊은이들이 자동차에 더 이상 관심을 갖지 않는다. 대신 최신 전자장비에 돈을 쓴다. 소형차와 외제 고급차의 인기는 여전히 높지만 그 중간은 하향세다. 지난해의 매출은 6.7% 줄었다.

소형차 시장을 빼면 7.6%다. 1년 매출액 하락으로 보면 다른 나라는 더하다. 독일의 경우 세금 인상으로 매출이 9% 줄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매출이 꾸준히 감소해 왔다는 점에서 일본에 주목한다. 1990년 이후 2007년까지 연간 신차 판매량은 780만 대에서 540만 대로 떨어졌다.

일본자동차공업회는 이 같은 감소세에 놀라 2006년 포괄적인 시장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빈부격차 확대, 인구변화(자녀가 딸린 가정의 감소, 도시인구 증가), 자동차에 대한 일반적 관심 부족으로 일본인이 자가용을 더 오래 쓰고, 차를 소형으로 바꾸거나 아예 소유를 포기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일본 자동차 사회는 기로에 섰다”고 교통 전문가인 교토대 교수 기타무라 류이치가 말했다. 그는 이런 추세가 역전되리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다. 조사 결과 소비자의 나이가 젊을수록 차량 소유에 관심이 적기 때문이다.

자동차공업회는 2008년에도 매출이 1.2% 떨어지리라고 내다봤다. 일부 전문가는 이런 추세가 한동안 계속되면 이미 경쟁 압력이 심한 자동차 업계의 추가 합병이 일어날 공산이 크다고 생각한다.

인구 요인이 이 문제와 관련 있다. 일본의 도시인구는 1990년 이후 근 20% 늘었고, 대다수 도시 거주자가 매일 전철(일본의 전철체계는 세계 최상급이다)을 이용하기 때문에 굳이 차를 소유할 필요가 없다. 전문가들은 자동차 시장이 꽤 무르익은 유럽 역시 비슷한 변화를 겪을지 모른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같은 일본의 “탈차(脫車)” 과정은 가격 요인이 주도한다. 일본에서 차를 몰고 다니려면 주차비, 보험, 도로 이용료, 기타 세금 포함해 월 500달러까지 든다. 자동차공업회에 따르면 일본에서 1만7000달러짜리 차량 세금은 미국보다 4.1배 비싸다. 독일보다 1.7배 비싸고 영국보다는 1.25배 비싸다.

“자동차는 우리가 염원하는 서양식 현대 생활양식으로서 신분의 상징이었다”고 기타무라가 말했다. 요즘 젊은이들에겐 “그런 생각이 전혀 없다”고 그가 주장했다.

자동차란 이동도구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점차 늘어난다. 소비자들은 최신 해치백보다는 멋진 휴대전화와 개인용 컴퓨터를 고르는 데 시간과 공을 들인다.

도시인들이 인터넷으로 주말차량을 예약하면서 렌터카 산업이 지난 8년 동안 30% 이상 성장했다. 정부 조사에서도 가구당 연간 자동차 지출비가 2000~2005년 사이 14% 줄어든 600달러인 반면 인터넷과 휴대전화 이용료는 같은 기간 39% 늘어난 1500달러에 달했다.

일본의 자동차 업체들엔 중대한 문제다. “일본은 우리 세계영업의 17~18%를 차지하는 제2의 시장이다. 중요하다”고 닛산자동차의 가타기리 다카오(片桐隆夫) 부사장이 말했다. 일본 자동차 회사는 국내시장을 통해 기술을 개발하고 노하우를 구축한다. 만일 이 시장이 흔들린다면 일본 노동력의 7.8%를 고용하는 산업이 무너질지 모른다.

지금까지는 신흥시장으로의 수출 급증 덕분에 국내 매출하락을 상쇄하고 남았지만 기업들은 추세를 반전시킬 방안에 고심한다. 예컨대 닛산은 판촉 블로그와 심지어 비디오게임을 이용해 디지털 세대의 관심을 끌려고 한다.

가령 소니 플레이스테이션용으로 만든 경주 게임은 참가자들에게 이 회사의 스포티한 최신 모델 GT-R을 가상체험으로 운전할 기회를 준다. 관심을 끌어 차를 구매하도록 유도하려는 새 마케팅 전술이다. 도요타 자동차는 도쿄 인근에 교외 쇼핑단지의 일환으로 자동차몰을 열어 자동차 대리점에 들를 생각을 버린 지 오래인 사람을 유혹할 꿈을 꾼다.

전자제품을 혼이 없는 대형매장에서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고 손님이 바글대는 소매공간으로 옮긴 애플의 전략과 비슷하다. 애플에는 그것이 통했지만 따지고 보면 애플은 너무나 21세기적인 기업이다.

AKIKO KASHIWAGI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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