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美 컴퓨터잡지가 준 문화충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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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부럽고 속상하다」.
미국의 컴퓨터 소비자 대중잡지 컴퓨터 샤퍼(Computer shopper)3월호를 읽고난 소감이다.
낮은 컴퓨터 가격,발달된 통신판매망,제품의 가격대 성능비를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평가하는 선진 소비자 문화가 부럽고 미국과는 동떨어진 우리 실정이 속상하다.이 잡지는 커버 스토리로 2천달러 이하의 가격으로 통신판매되는 펜티엄 90㎒ 시스템 15종의 사양과 성능을 비교.평가하고 있다.
우선 로열 일렉트로닉스의 프로데스크 시스템의 가격을 보자.펜티엄 90㎒CPU,인텔 프리미어 PCIⅡ 마더보드,인텔 NEPTUNE2칩세트,256K 외부캐시,램 12메가,하드 디스크 E-IDE방식 퀀텀 540메가,64비트 그래픽스 보 드,비디오메모리 2메가 DRAM,TEAC 4배속 시디롬,15인치 컬러 모니터,1년간 무상 수리보증.가격은 1천9백95달러,약 1백55만원이다.
이정도 시스템을 국내에서 가장 가격이 싼 용산전자상가에서 부품을 구입해 직접 조립한다고 해도 2백60여만원은 든다.대기업제품은 이에 훨씬 못미치는 펜티엄 66㎒CPU에 램 8메가,비디오 램 1메가의 32비트 그래픽스 보드,14인 치 모니터에 CD롬 드라이브는 없는 사양이 소비자 가격 3백만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다음은 구매자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소비자 문화다.
이 잡지는 15종의 시스템 성능을 객관적이고 구체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도스.윈도우 환경 및 윈도우 응용프로그램의 동작 속도를 「PC 벤치 9.0」「윈벤치 95」「윈스톤 95」 등 대표적인 측정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수치로 밝히고 있다.인텔이 아닌 넥스젠사의 Nx586P90칩을 장착한 3종에 대해서는 『부동 소수점연산 전담장치가 따로 없는 넥스젠 칩은 선전과 달리 펜티엄에 비해 전체적으로 속도가 느리다』고 단정하고 있다.『현재로서는 「프로데스크」 시스템이 가장 낫다』는 식으로 추천도 하고 있다.국내의 일반소비자 대상 컴퓨터 잡 지가 10종에 가깝지만 이런 구체적인 평가와 추천을 하고 있는 것은 없다.
생산자와 소비자를 중간상 없이 직접 연결하는 발달된 통신판매망도 부럽다.전화로 구매의사를 밝히고 크레디트 카드 번호를 알려주면 제조회사에서 당일로 발송한 물품이 며칠 내에 도착한다.
우리는 언제나 이런 자본주의 선진국이 될 것인가.
趙 顯 旭〈기획취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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