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黃秉泰 駐中대사 本社전문위원 전화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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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황병태(黃秉泰)駐中대사가 1일 덩 샤오핑(鄧小平)의 사망이후중국경제의 변화와 한중경협 전망에 대해 中央日報와 긴급 전화 인터뷰를 가졌다.다음은 그 내용의 요약이다.
-소위 중국통이라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덩 샤오핑이 죽으면 중국의 지방분권화가 가속되고 심하게는 중국와해도 있을 수 있다는관측들이 나오고 있다.덩 샤오핑 사후 중국의 지방분권화가 가속될 것 같은가.
『완전히 틀린 생각이다.재작년까지만 해도 지방분권화의 추세가엿보였다.지방정부가 세금을 받아 중앙정부에「기여금」의 형식으로돈을 분담하는 형태로 나라살림을 꾸려온 관행때문에 한때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재정이 3대7 정도로 불균형을 이룰 정도였다.
그러나 작년초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중앙정부가 작년1월에 실시한 세제개혁을 통해 이제는 중앙정부의 재정이 많이 강화되었다.당초에 예상했던 지방정부의 거부반응도 없었다.세제개혁 실시3~4개월 뒤부터 그 효과가 나타나 이제는 오히 려 중앙정부와지방정부 재정이 7대3으로 역전된 상태다.금년부터는 우리나라의「교부금」처럼 중앙정부가 지방정부 재정을 도와주고 있을 정도가되었다.한마디로 지방정부에「돈」이 없어서 지방분권화가 일어날 수 없다.』 -그밖의 요인은 무엇인가.
『중국을 끌어가고 있는 것은 공산당,즉 정치력이다.공산당은 현재도 중국의 정치를 장악하고 있다.특히 70년동안 중국을 끌고 온 공산당에 대하여 일반국민들이 정통성을 인정하고 있다.
또한 소련에서 공산당의 몰락과 함께 국체 자체가 몰락한 것을본 중국사람들은 공산당의 필요를 강하게 느끼고 있고「애정」까지가지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집중제(Central Democracy)라 하여중앙으로 정치권력을 집중시켜야 한다는 움직임조차 있을 정도다.
간단히 말해 정치력의 면에서도 지방분권화는 가능성이 없다.』-중국의 군부는 어떤가.
『지방과 중앙간의 관계에 또 중요한 것이 군사력이다.중국에서는 전통적으로 군사력은 중앙정부의 것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이렇게 보면 지방정부는 돈도,정치력도,군사력도 없어 지방분권화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아직도 지방분권화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것은 소련의붕괴를 보고 지나치게「상상」하는 사람들일 것이다.중국은 소련과는 다르다.』 -중국정부는 지방간.계층간 경제적인 불균형을 해소하고,경제적 안정도 이루어야 하며,개방과 개혁도 진행시켜야 하는 세가지 당면과제가 있다.덩 샤오핑 사후 중국정부가 무엇에가장 우선순위를 둘 것으로 보는가.
『공식적으로는 중국은 생산력증대,즉 경제효율의 제고와 분배정의를 동시에 추진하고자 한다.그러나 덩 샤오핑이 말했다시피 중국의 경제정책을 끌고가고 있는 기본정신은 先富後配,즉 돈을 먼저 버는 곳에서 벌게 하고 그 다음에 번 것을 나 눈다는 것이다.따라서 효율과 분배 둘 중에 효율을 앞세우는 정책이 우선할것으로 본다.』 -덩 샤오핑 사후 한중간의 경협관계가 변할 것같은가.특히 정부간 협력 성격을 많이 띠고 있는 대형사업과 중소기업들이 민간차원에서 벌이고 있는 경협이 맞이할 환경이 다를것 같은데….
『한마디로 한중간 경협이 덩 샤오핑 사전이나 사후나 변할 것은 없다고 본다.앞으로 한중간 경협은 계속 긴밀해 질 것이라고본다.그 가장 큰 이유는 한중간의 독특한 산업협력관계 때문이다. 한중간의 경협은 산업간의 협력이라기 보다 산업단위로 진행되는 경제통합(integration)이라고 하는 게 오히려 정확할 정도로 포괄적이다.이는 양국에서 한중간 경협을 보는 시각이세계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장기적 구상에 바 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한중간 경협의 동기는 서로간의 산업발전에 도움이 되기 위한 것 이상의 것이다.한중간의 산업협력은 앞으로 21세기에 세계에서 제일 큰 시장이 될 중국경제 그 자체에 기반을 두고 있다.
따라서 한중간 경협은 양국뿐 아니라 일본등 여타 아시아경제들이참여하는 거대한「아시아태평양경제권」의 지주가 될 것이다.여기에대해 중국정부내에서 중견관리뿐 아니라 최고위층도 생각을 같이하고 있다.한중경협은「중국의 全정부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내에서의 일본의 위상은 무엇인가.
『중국이 한중경협으로 내심 기대하고 있는 것 중에 하나는 바로 소극적인 일본과의 경협을 유도해 낼 수 있다는 점이다.즉 중국은 한국에 대해 원대한 구상을 위한 촉매역할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한중간 경협은 아시아경제의 잠재력을 키우는데 주춤거리는 일본이 놓치고 있는 빈 공간을 채울 것이다.
앞서 말한「아.태경제권」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질서는 미국등을빼는 배타적인 개념이 아님을 밝혀두고 싶다.
한마디로 한중경협은 덩 샤오핑 생사와 전혀 무관하게 진행된다.그 정도로 탄탄한 기반을 가지고 있다.』 -TDX 등 사업은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이야기인가.
『그렇다.오히려 더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현재 추진하고 있는 사업은 TDX.자동차.통신.원자력.비행기등 다섯가지다.여기에 사업이 추가될 것이다.지금 구상하고 있는 분야로 석유화학과화력발전소에 관한 한중경협사업이 있다.』 ***이념논쟁 끝나 -향후 한중경협과 관련하여 지적해 두고 싶은 말은.
『명백한 것은 중국권부는 체제에 대한 이념논쟁을 끝냈다는 점이다.다시 말하면 시장경제체제가 좋으냐, 계획경제가 좋으냐에 대한 논의는 더이상 없을 것이라는 말이다.
덩 샤오핑이 차세대에게 남긴 문제는 기술관료들이 풀어야 할 다분히 행정기술적인 과제들이다.경제체제에 대해 풀어야 할 숙제는 이제는 더이상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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