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리사·변호사 함께 나서야 세계 특허전쟁서 생존 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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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세계는 지식경제를 위해 뛰는데 우리나라는 거꾸로 가는 것 같아요. 국가의 지적재산권을 지키는 데 독립전쟁을 하는 심정으로 뛸 겁니다.”

3일 신임 대한변리사회장으로 취임하는 이상희(70·사진) 전 과기처 장관은 우리나라의 지적재산권 창출과 관리체계가 너무 허술하다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지적재산권 최전선에 서 있는 변리사들의 힘을 모으고, 국회의원들의 도움을 이끌어내 그 기반을 다지겠다는 게 그가 꼽는 임기 중 최대 과제다. 그는 2004~2005년 임기 2년의 대한변리사회장을 한 번 맡기도 했었다.

-가장 중점적으로 하려는 일은 무엇인가.

“변리사와 변호사가 특허침해소송을 공동으로 맡고, 전국의 모든 특허소송을 특허법원에서 처리하도록 입법· 사법· 행정부의 도움을 얻는 것이다. 특히 국회의원들의 도움이 절실하다. 관련 법률 개정안을 내놔도 모두 국회에서 막혀 오도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회를 상대로 어떤 활동을 하려는가.

“법률 개정안을 다루는 국회의원들의 상당수가 변호사 출신이다. 그들이 변호사와 변리사 간 밥그릇 싸움으로 보는 인식을 불식시키려 한다. 변리사와 변호사가 공동으로 나서야 세계의 특허 전쟁에서 우리나라가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영토 식민지가 아닌 지적재산 식민지가 무서운 세상이 됐다.”

-특허침해소송을 한 곳으로 모으는 게 가능한가.

“일본은 2004년 지식재판소를 설립해 그렇게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특허법원을 설립 당시 그렇게 하려 했으나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 아이디어를 일본이 그대로 가져가 실천하고 있다. 미국이나 독일도 특허침해소송을 특허법원이 처리한다. 우리나라는 특허법원을 10년 전 설립했으나 반쪽짜리가 됐다. 안타까운 노릇이다.”

-이명박 정부의 정부조직 개편을 보는 시각은.

“지식경제를 일구는 것과는 정반대로 가는 것 같다. ‘제로섬’으로 집행관리를 주로 하는 부처는 과감하게 축소해도 되지만, ‘파이’를 키울 수 있는 과기부나 해양부·정통부는 더욱 조직과 기능을 강화해야 하는 곳이다. 없애지 말아야 할 곳을 통폐합했다. 세 부처는 세계를 상대로 뻗어나갈 수 있는 곳이지만 여성부는 그렇지 않다. 지식경제부(옛 산자부)는 산업현장에 매달려 그렇게 파이를 키우기 어렵다.”

-다시 회장직을 맡게 된 배경은.

“한·미,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 법률시장이 개방되고, 국가의 지적재산권 틀을 손질해야 하는 등 대한변리사회 차원이 아닌 국가적 현안이 많다. 이런 일을 하는 데 적임자라며 회원들이 강권해 밀리다시피 맡게 됐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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