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 (81) 경기 하남 열린우리당 문학진 위원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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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 ‘깨끗한 대한민국’으로 갈 건지, ‘혼란스런 한국사회’로 남을 건지의 기로에 섰습니다. 이제 미래를 생각할 때입니다. 우선 정치가 깨끗해져야 우리가 소망하는 맑은 사회가 됩니다. 그래야 편안하고 행복한 나라가 돼요.”

경기도 하남시에서 재도전하는 열린우리당 문학진(50) 지구당위원장은 깨끗한 정치의 모범을 보이기 위해 “상대 후보를 비방하는 네거티브 선거전략을 쓰지 않고, 돈 안 쓰는 선거의 모범을 보이겠으며, 자원봉사자 중심으로 선거를 치르겠다”고 다짐했다. 노무현 정부 초 대통령비서실 정무 비서관으로 있었던 그에게,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혼란의 책임은 노 대통령과 그의 정부에도 있다고 지적했다.

“집권 초기에 시행착오가 있었던 걸 인정합니다. 중요한 건 어떤 지향점을 향해 나아가느냐예요. 지금 집권 세력은 정의롭고 정직한 집단입니다. 국민들이 이런 집단 성향과 그 지향점을 수긍한다면 일부 시행착오들은 눈감아 줄 거로 봅니다. 역사상 가장 ‘준비 안 된 대통령’ 아닙니까?”

국정 운영은 실전(實戰)이라고 꼬집자 “국정을 맡은 사람들이 설마 연습 삼아 하겠느냐”고 받았다. 이 정부의 선의와 목적의식을 평가해 달라고 그는 말했다. 그런 그도 이 정부가 ‘참여정부’를 표방하면서도 막상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 수렴이 미진했다고 지적했다. 부안 방사성폐기물처리장 문제, 서울외곽순환도로 사패산 터널 문제 등을 그 예로 들었다.

“주민들의 참여를 끌어내는 과정에서 어설펐고, 주민 여론 수렴을 소홀히 한 점이 있습니다. 특히 첫 단추를 끼우는 단계에서 서툴렀어요. 그러나 국민들의 참여가 중요하다는 철학을 공유하고 있는 정부입니다. 개인적으로도 패러다임이 그렇게 바뀌어야 한다고 보구요.”

그가 청와대에 근무할 때 노무현 대통령은 대북송금 특검을 받아들였다. 이 문제로 그의 지지층은 분화했다. 노 정부는 과연 햇볕정책의 계승자일까?

“기본적으로 ‘국민의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을 승계했다고 봅니다. 구체적인 방법론에선 다르게 비쳐질 수도 있겠지만. 그런데 노 대통령이 그때 왜 대북송금 특검을 받아들였는지는 지금도 아리송합니다. 남북관계는 기본적으로 국가 대 국가의 관계입니다. 다 까발리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요. 장기적으로는 몰라도, 단기적으로는 그러는 게 도움이 될는지도 의문이구요. 대북송금 당시 의도적으로 은폐를 한 건 아니겠지만 대북정책도 적절한 수준에서 국민의 동의를 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 열린우리당이 17대 국회 원내 제 1당이 될 거로 확신한다는 문학진 후보는“16대 국회를 장악했던 한나라당의 의회독재가 바람직하지 않았듯이 열린우리당 역시 과반의 의석을 차지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사진 = 지미연 월간중앙 기자

정치 개혁과 지역주의 해소의 기치를 내건 열린우리당에 대해선 신지역주의를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열린우리당 출범 후 지역주의가 완화됐는지도 의문이다. 열린우리당이 과연 전국 정당이 될 것인가? 이 당이 전국정당이 되면 지역주의가 완화되는 걸까?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을 만큼 바닥 민심이 바뀌고 있습니다. 호남 출신들, 특히 젊은 세대들은 이번에 민주당 후보라고 찍진 않을 겁니다. 영남쪽에서 특히 큰 변화가 있을 거예요. 이름을 대면 알 만한 유명 기업인이 그럽디다. ‘열린우리당이 가는 방향이 맞다. 이 기회에 불법 대선자금을 다 까발려야 한다. 기업인이건 정치인이건, 그러면 경제에 주름살이 간다고 하는 사람들은 제 발이 저린 사람들이다.’그 기업인은 이번 총선에서 우리당이 1당이 되거나 적어도 한나라당과 의석 수가 비슷질 거로 예측합디다.”

검찰 수사쪽으로 화제를 돌렸다. 검찰이 대통령의 10분의 1 발언에 맞춰 창·노 두 캠프의 불법 대선자금 규모를 짜맞추고 있다는 인상이 짙다고 하자 그는 “검찰을 상대로 청와대는 그렇게 할 수도, 그럴 사람도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검찰이 알아서 기는지는, 솔직히 정보가 없어 모르겠습니다. 검찰의 노력을 평가하지만, 사실 저는 청와대에 있을 때 검찰 멋대로 하도록 내버려 둬선 안 된다고 주장했던 사람입니다. 정권엔 프로그램과 타임 스케줄이 있는데, 검찰이 터뜨리는 데도 모르고 있으면 프로그램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정권 담당자와의 조율이 필요하다는 거죠. 물론 수사의 내용이야 독립시켜야겠습니다만.”

문 위원장은 ‘사수생’이다. 두번째로 경기도 광주시에서 나왔을 땐 3표차로 낙선했다. 그 때 얻은 별명이 ‘표 쓰리’. 3전4기에 도전하는 그는 그래도 정치를 처음 시작했을 때의 초심을 잃지 않겠다고 말했다.

“실향민의 자식으로서 지난 가을 평양에 갔을 때 가슴으로 울었습니다. 통일은 우리 민족의 염원이자 우리 세대에게 맡겨진 책무예요. 남북통일, 민족의 재통합 과정에서 저의 역할을 찾겠습니다. 그때까지 정진하겠습니다.”

이필재 월간중앙 정치개혁포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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