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크게 바뀌는 산업통계 품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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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통계가 잘못되면 나라 경제에 큰 손해를 끼칠 수 있다. 대표적인 게 1990년대 중반 재정적자에 시달리던 미국에서 논란이 됐던 ‘소비자 물가지수’ 통계였다. 측정을 잘못해 인플레이션이 높게 나온다는 의문이 제기됐다. 물가가 자꾸 높아지면 국민 생활이 어려워진다. 이를 막기 위해 정부는 돈을 더 풀어야 한다. 잘못된 통계가 곧 미국의 재정적자를 키우는 주범이 되는 것이다.

당시 미 의회는 이런 의혹이 일자 스탠퍼드대 마이클 보스킨 교수에게 의뢰해 ‘소비자 물가지수’ 통계를 따져 봤다. 보스킨 위원회의 분석 결과는 “매년 1.1%포인트 정도 물가를 높게 측정했다”는 것이었다.

한국 통계청이 28일 산업활동동향 통계를 낼 때 측정하는 품목을 개편한 것도 이런 이유다. 생산·출하 지수와 재고지수는 물론 가동률 통계를 낼 때 활용하는 품목을 대거 교체했다. 통계청이 매월 발표하는 산업활동동향은 국내 광공업과 서비스업의 생산·소비·투자 흐름을 보여주는 핵심 통계다. 정부가 경기를 파악하고, 경제정책을 짤 때 이 통계를 최우선으로 들여다본다. 만약 이 통계가 잘못되면 엉뚱한 정책이 나올 수 있고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새로 생산·출하·재고 지수 산정 때 들어간 품목은 내비게이션, 비데, 치과용 임플란트, 디지털 도어록 등 36개다. 생활 형편이 나아지면서 많이 팔리는 제품들이다. 반면 소비자가 찾지 않는 돼지 가죽, 석유 난로, 프로젝션TV 같은 54개 품목은 빠졌다. 이에 따라 통계를 내는 대표 품목은 644개에서 633개로 줄었다.

품목별 가중치도 바뀌었다. 가중치가 가장 높은 품목은 휴대용 전화기가 됐다. 이어 D램 메모리, 의약품, 모니터용 액정화면(LCD) 순이었다. 20년 전인 85년 기준으로는 의약품·합성섬유직물·화물선·무연탄 순으로 가중치가 높았다.

통계청 윤명준 과장은 “시대별로 산업별 비중이 바뀌는 것을 반영해 2005년 기준으로 품목별 생산액이 총생산액의 5000분의 1(약 1700억원) 이상 되는 품목을 새로 통계치 반영에 넣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많이 생산되는 제품을 통계치에 반영해 경기의 흐름을 정확히 파악하자는 뜻이다.

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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