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지하철 가스폭발 정치권반응-또 대형참사 망연자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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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28일 대구참사 소식에 경악한 정부.민자당은 이번 사고가 다시 인재(人災)로 밝혀지자 지방선거의 악재(惡材)로 작용할 것을 우려하며 조기수습과 사후대책마련에 나섰다.
민주당.자민련등 야권도 조사반을 현지에 급파했고 인재를 부른정부측을 『사고 공화국』이라고 비난하며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청와대는 사고소식이 전해지자 침울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최근 사법제도개혁안과 교육개혁안 발표및 기자간담회등을 통해 지방선거의 분위기를 잡아가던 과정에서 터져나온 사건이어서 착잡한 표정들이었다.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은 오전 박성달(朴成達)행정수석으로부터 사고내용을 보고받고 『인명피해를 최소화하는데 최선을 다하라』고지시. 金대통령은 수행키로 했던 한승수(韓昇洙)비서실장에게 청와대에 남아 사고수습을 할 것을 지시하고,이어 아산 현충사에서열린 충무공 이순신(李舜臣)장군 탄신 기념행사에 참석한뒤 천안제2공단을 방문하면서도 계속 사고내용을 보고받고 대 책을 지시. 金대통령은 『아주 불행하고 가슴아픈 일』『적당히 공사하다보면 이런 일이 생긴다』고 언급하는등 무거운 표정.
金대통령은 이날 오후 귀경한 뒤 민자당의원들과의 만찬행사도 취소시키고 집무실에서 관련대책을 일일이 챙겼다.
○…이홍구(李洪九)총리와 민자당 이춘구(李春九)대표등 당정수뇌부는 이날 아침 전경련회관에서 5월 임시국회에 대비한 고위당정회의를 갖다 사고직후 정부관계자로부터 사고소식을 보고받고 일순 경악.
李총리는 보고를 받자마자 사색이 된 얼굴로 회의에 참석중이던김용태(金瑢泰)내무.오명(吳明)건설교통장관을 현지로 급파한후 종합청사로 되돌아가 헬기를 이용해 대구로 직행,이종주(李鍾宙)대구시장으로부터 사고경위와 수습상황에 대한 보고 를 들은뒤 부상자들을 찾아 위로.
李민자당 대표도 회의장밖을 잠시 나와 혼잣말로 『멍청한 놈들…』을 되뇌며 침통한 표정을 짓다 곧바로 김포공항으로 가 비행기편으로 대구행.
사고현장에서 李대표는 『더 묻혀있는 사람을 못찾아서 유족들의마음을 아프게 하지않도록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한뒤 소감피력을일절 회피.
***“지금가면 망신만…” ○…민자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TK정서」악화로 그렇잖아도 어려운 한판 싸움을 벌여야할 대구에서 대형참사가 나자 더욱 침통한 분위기속에서 이날 있을 김석원(金錫元)前쌍용회장의 대구달성지구당대회와 29일의 경남도지사후보추천대회를 무 기연기.
경북도지부위원장인 김윤환(金潤煥)정무1장관은『참으로 엄청난 사고』라며 혀를 찼고,다른 대구지역구의원들도『이제 대구선거는 끝났다』며 허탈.사고장소가 지역구인 최재욱(崔在旭.대구달서을)의원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채 시종 침통한 표정을 지었는데,崔의원의 측근들은『(병원에)지금 가면 망신만 당한다.괜히 민심 자극하지 말라』고 만류.
***李총재도 현장 내려가 ○…민주당 이기택(李基澤)총재는 『대형사고가 자주 발생하고 있어 국민이 불안에 떨고 있다』며『성수대교사고가 일어난 뒤 전국적인 안전점검을 약속하고도 지키지않은 현정권의 나태한 자세 때문에 또다시 대형사고가 터졌다』고정부를 신랄 히 비난.
李총재는 이날 일정을 취소하고 직접 조사단을 이끌고 사고 현장을 둘러본 뒤 불교병원등에 수용된 부상자들을 위로.
자민련 김종필(金鍾泌)총재도『현정권의 안전관리 능력에 한계를드러낸 사건』이라고 지적했으며 김문원(金文元)대변인은 『국민 안전.복리는 제쳐놓고 지방선거에 몰두한 나머지 빚은 참사』라고공격. 민주당 김옥두(金玉斗.전국구)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지하철공사장 주변 수도관.전선이 노출되고 매설물에 대한 조사가 되지 않아 대형사고가 예견된다』고 지적했다면서 대구시장에 출마한 조해령(曺海寧)당시 시장이 선거에만 신경을 쓰 느라 이경고를 무시해 사고가 났다고 주장.
〈金斗宇.金基奉기자,대구=崔相淵.朴承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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