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마피아"제이슨 리" 一代記 영상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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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한국인으로 미국 마피아 두목에 오른 전설적 인물「제이슨 리」(한국명 이장손)의 일대기가 영화.드라마.비디오로 함께 제작된다. 더욱이 이 작품은 제이슨 리의 행적을 발굴한 방송작가 故김기팔씨의 소설을 바탕으로 80년대 그와 황금콤비를 이뤘던 고석만PD가 연출을 맡을 예정이어서 화제를 더하고 있다.
1905년께 9세의 나이로 하와이로 건너간 제이슨 리는 20년대 미국 마피아의 황제 알 카포네 휘하에 들어가 갱으로 급성장,카포네의 조직서열 2위까지 오른 인물.40년대 이후엔 할리우드로 손을 뻗쳐 그레이스 켈리등 스타들을 막후에 서 지원하는가 하면 에바 가드너.잉그리드 버그먼등과는 염문까지 뿌리는등 미국 영화계의「실세」로 군림했다는 것이다.
50년대엔 일본에 나이트클럽을 세우고 전쟁중인 고국에도 수차례 드나들었던 그는 모나코에서 깡패들에게 납치돼 죽을 고비를 맞았으나 당시 모나코왕비 그레이스 켈리의 도움으로 살아나는 곡절도 겪었다.그는 휴전을 맞은 고국에 돌아오려다 정부의 거부로필리핀에서 드라마틱한 삶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제이슨 리의 행적을 그와 친분이 있었던 길옥윤씨로부터 전해들은 작가 김씨는70년대초 그의 생애를 동아방송 드라마로 방송해 인기를 모았다. 그러나 숙원인 TV드라마 제작은 엄청난 제작비 때문에 엄두를 못냈고 김씨는 91년8월 국제저작권협회에 소설『제이슨 리』의 저작권을 등록하고 美日영화사들과 합작을 추진하던중 돌연 타계했다. 김씨의 숙원이 불발에 그친 것을 안타까워하던 김기팔추모위원회는『제1공화국』『거부실록』『땅』등으로 김씨와 콤비를 이뤘던 고석만PD가 최근 MBC를 떠나 프리랜서로 변신한 것을 계기로『제이슨 리』의 영상화에 나선 것.고PD는 『마피아 보스였지만 교포돕기에 앞장서는등 민족정신이 투철했던 제이슨 리의 일생은「뿌리」와 「대부」를 합친 극적 흡인력을 지니고 있다』며미국 영화의 웅장함과 한국 드라마의 서정성을 합친 작품을 2년뒤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그는『제이슨 리』작품구상과 로케장소 물색을 위해 28일 한달간의 미국 방문길에 오르는등 단짝의 유작 연출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그러나 미국.유럽.일본.한국을 넘나드는 주인공의 파란만장한 생애를 현지로케로 담을 경우 그 비용은 5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영화계는 추산하고 있다.이에 대해 고PD는『빠른 자금회수를 위해 드라마.영화.비디오등 다매체 제작방식을 취할 방침』이라며『모재벌 그룹이 비용을 불문하고 제작의사를 타진해오는등 영상계 반응이 적극적이어서 제작 에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姜贊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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