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공연은 정치가 아닌 사람끼리의 소통이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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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필 지휘자 로린 마젤이 27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사진=김성룡 기자]

“믿기지 않는다(Unbelievable).”

미국 교향악단 최초로 평양 공연을 마친 뉴욕 필하모닉의 지휘자 로린 마젤(78)이 27일 한국에 왔다.

마젤은 이날 오후 6시30분 서울 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환영 만찬에서 “미국 국가가 평양에서 연주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그 일이 일어났다. 북한 주민들이 미국 국가에 박수를 쳤다. 공연은 이념·정치와 관련된 게 아니라 인류 사이의 보편적인 일, 개인과 개인 사이의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게 전부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오후 3시30분 인천국제공항에 단원들과 함께 내렸다. 노(老) 거장은 “북한 사람들에게 기대를 훨씬 넘어서는 환대를 받았다”며 밝게 웃었다.

마젤은 전날 공연에서 마지막 앙코르 곡으로 연주된 ‘아리랑’을 들으며 눈물을 흘린 북한 관객들에 대해 “우리 단원 그 누구도 그 순간을 잊지 못할 것”이라며 “모든 위대한 일이 사람들로부터 시작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연주는 사람들끼리의 소통이었다”며 “음악이라는 언어로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최고의 경험을 했다”고 밝혔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공연에 참석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공연의 목적이 북한 사람들에게 평화를 원하는 미국인도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라고 했다. 그는 26일 연주 직후 “우리나라 대통령인 조지 W 부시도 내 연주에 한 번도 온 적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마젤은 28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도 공연을 연다. 그는 프랑스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자랐다. 8세에 지휘자로 데뷔하며 신동으로 주목 받기 시작했고, 2002년 뉴욕 필의 지휘자로 취임했다.  

글=김호정·이에스더 기자 ,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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