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 총선 겨냥한 전면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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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조순형 대표(오른쪽에서 셋째)와 상임중앙위원들이 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조건부 탄핵을 결의한 의원총회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안성식 기자]

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여야 대치가 가파르다. 민주당에 이어 한나라당도 5일 의원 간담회를 열어 盧대통령에 대한 탄핵 추진 입장을 재확인했다. 두 야당이 일단 탄핵 추진에 공조하고 있어 실제로 탄핵이 발의될 가능성이 있다. 양당의 의석(203석)은 이미 탄핵 가결선(181석)을 넘는다. 총선 전에 탄핵안이 발의되거나 가결된다면 정국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탄핵 정국을 앞장서 주도하는 데는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있다. 거의 고사(枯死) 위기를 느끼고 있는 민주당이었다. 열린우리당 대 한나라당 양강 구도 때문이다. 민주당으로선 탄핵카드가 반노(反노무현)전선을 형성시키는 결정적 소재라고 보고 있다. 그럴 경우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도 다시 결집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한나라당 대 열린우리당의 양당 대결 구도의 고착화를 막고 선거판도를 바꿔놓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조순형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7일까지 盧대통령이 공개 사과하지 않으면 즉각 탄핵안을 발의하겠다"고 시한까지 못박았다.

趙대표는 또 "탄핵 이후에 대안이 있느냐"는 질문엔 "가상 시나리오지만 탄핵안이 의결되면 대통령 직무가 정지되고 국무총리가 권한대행을 하게 되는데, 우리의 국가적 역량으로 봐서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도 사정은 비슷하다. 무엇보다 이번 16대 국회가 아니면 盧대통령 탄핵의 기회가 사라질지 모른다는 판단이 탄핵에 매력을 갖는 중요한 이유다. 17대 총선 결과를 자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도부는 그들대로 다른 계산을 하고 있다. 최병렬 대표는 약화된 당 장악력을 다시 회복하는 데 탄핵카드가 도움이 된다는 판단을 하는 것 같다. 주변에선 "탄핵 정국에 본격 진입하면 어찌됐든 현직 대표 중심으로 단결할 것이므로 崔대표의 위상은 강화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새 대표 경선 출마 결심을 굳힌 홍사덕 총무는 탄핵카드를 경선전에 활용할 생각을 하고 있다고 한다. 탄핵 추진 과정에서 동조세력을 규합해 경선에 써먹겠다는 속셈이다.

하지만 탄핵이 과연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무엇보다 양당 소장파들의 반발이 거세다.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은 "불법 대선자금의 수렁에 빠진 한나라당이 과연 대통령을 탄핵으로 몰고갈 자격이 있느냐는 얘기가 즉각 나올 것"이라고 했다.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은 "구태 정치세력을 눌러 이기느냐, 아니면 주저앉아 패퇴하느냐의 기로에 서있다"고 말해 '비타협'을 주장했다. 신기남 상임중앙위원은 "국정혼란을 일으켜 선거를 혼전으로 몰아넣으려는 음모"라며 역공에 나섰다. 청와대도 "정치공세의 도를 넘어선 횡포"라고 비난했다. 하나같이 대통령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같은 야당의 요구와는 거리가 먼 발언들이다.

여권 내부에선 실제 탄핵이 발의될 경우 야당이 역풍을 맞을 것이란 인식이 우세하다. 그렇게 되면 ▶친노세력뿐 아니라 안정 희구 세력이 여당에 표를 몰아주게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정민.이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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