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종이표 35년 만에 ‘아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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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종이승차권이 내년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서울시는 내년 상반기 9호선 개통 시기에 맞춰 지하철 승차권을 전면 RF(Radio Frequency) 교통카드식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26일 발표했다. 이렇게 되면 1974년 서울에 지하철이 건설되면서 시민들과 호흡을 같이 했던 1회용 종이승차권은 없어지게 된다.

◇종이승차권의 추억=1974년 서울지하철 1호선 개통 당시 승차권은 기차표와 비슷한 ‘에드먼슨식 승차권’이었다. 1840년경 영국의 에드먼슨이라는 사람이 고안한 이래 전 세계 철도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됐던 판지 재질의 티켓이다. 출발역과 목적지역, 요금이 인쇄돼 있었다. 역무원은 개찰구에서 승차권을 육안으로 확인하고 구멍을 뚫어 줬다. 81년에는 자동으로 승차권에 구멍을 내는 장비가 도입됐다. 출퇴근 시간이면 ‘철컹’ ‘철컹’하는 기계음이 쉴 새 없이 울렸다.

86년 3, 4호선이 개통되면서 에드먼슨식 승차권은 현재의 자성 종이승차권에 자리를 내주고 은퇴했다. 마그네틱 선에 전산 정보 입력이 가능해지면서 1일권·왕복권·정기권·정액권 등 다양한 종류의 승차권이 등장했다. 자성 종이승차권은 검표기를 단번에 통과하지 못하고 걸리는 일이 잦아 발걸음 바쁜 출근족의 애를 태우기도 했다.

현재 일반적으로 쓰이는 RF카드는 96년 도입됐다. RF카드가 도입되면서 종이승차권 이용자는 급속하게 사라졌다. 지난해 5월 조사 결과 RF카드의 이용률은 80%에 달했다. 종이로 된 보통권(유료) 사용 비율은 전체 이용자의 7%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65세 이상 노인 및 장애인·국가유공자 등에 주는 무임 종이승차권 등이다.

◇무임 승차권도 카드로=서울시는 8월부터 무임승차권 교부 대상자에게 교통카드를 발급해주기로 했다. 내년부터는 보통권(유료)도 없애 종이승차권을 완전히 퇴출시키기로 했다. 수도권 외 지역 거주자나 카드 발급을 원치 않는 승객은 RF 1회권을 무인발매기를 통해 사야 한다. 서울시는 종이승차권을 없앰으로써 연간 19억원의 비용을 절감하고, 역무 인력의 효율성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뿐만 아니라 다른 광역시에서도 종이로 된 지하철 승차권은 사라지는 추세다. 대구는 1997년 1호선 개통 당시 종이승차권을 사용하다가 2005년 10월 2호선 개통에 맞춰 1회용 승차권을 모두 토큰형 RF 카드(회수용)로 전환했다. 2004년 지하철이 생긴 광주와 2005년 지하철을 개통한 대전은 처음부터 토큰형 RF카드를 1회용 승차권으로 쓰고 있다.

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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