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라!공부] 수학은 ‘나만의 풀이법’ … 과탐은 실험 연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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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학교를 졸업하고 올해 카이스트(KAIST)에 입학한 신정우씨. [KAIST 제공]

“중학교 졸업할 무렵 학교 공부가 제게 어떤 의미인지 고민하며 방황했습니다. 고교 입학식 때 자퇴서를 내고 간디학교로 갔어요. 그곳에선 공부와 상관없는, 하고 싶은 것만 배웠죠. 졸업 후 사회생활을 하는데 저더러 친구가 제멋대로 산다고 충고하더군요.앞으로의 삶을 생각해 봤어요. 텅 빈 느낌이었습니다. 중학교 때 끊었던 공부를 다시 시작했어요.”

카이스트(KAIST) 새내기인 신정우(21)씨 는 지난해 9개월 만에 고교 검정고시와 수능시험을 모두 통과하고 올해 KAIST에 입학했다. 수학을 전공할 계획인 신씨는 “성적이 좀 낮더라도 자기에게 맞는 공부법을 찾아 1년 동안 몰입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대입 준비가 쉽지 않은 대안학교의 졸업생인 신씨에게 집중 공부법 이야기를 들었다.

◇수능시험을 보기까지=대안학교가 수능을 공부하기 어려운 이유는 수업이 활동 중심으로 짜여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그는 중학교 이후 교과서라는 걸 한 번도 들춰 보지 않았다.

다시 공부를 시작하기 위해 지난해 재수학원에 들어간 신씨에게 강의 내용은 딴 나라 이야기 같았다. 그의 교과지식이 중학교 수준에 멈춰 있었기 때문이다. 할 수 없이 방과 후 교과별 강사들을 찾아가 자신의 처지를 털어놓고 단원별로 배워야 할 기초와 핵심을 말해 달라고 졸랐다. 창피를 무릅쓰고 과목별로 잘하는 친구들에게도 도움을 청했다.

대안학교의 학력이 고졸 학력으로 인정되지 않아 검정고시도 함께 준비하다 보니 조급한 마음이 앞섰다. 한 주에 단원 하나만은 완벽하게 끝낸다는 계획으로 마음을 붙잡았다.

“ 친구와 대화할 때도 의식적으로 시험과 강의 내용만 이야기하며 공부에 몰입했어요.”

◇“수학, 나만의 풀이방법을 찾아”=“첫 수업에서 알아들은 단어가 단 2개뿐이었어요. 3월 모의고사에서는 6등급을 받았습니다. 그날 이후 수업 중 칠판에 쓰인 것은 그날 반드시 모두 알아버리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신씨는 중학교 기초부터 다시 시작했다. 『수학의 정석』을 수십 차례 반복해서 읽었다. 예제 하나 푸는 데도 2시간이 걸렸지만 답을 보지 않았고 개념·원리·풀이를 몽땅 외웠다. 그 과정에서 자신만의 풀이방법도 만들었다. 조건별 풀이, 더 빨리 푸는 법, 유형별 풀이규칙 등을 노트 다섯 권에 정리하고 다시 세 권으로 압축했다. 더 좋은 풀이가 없으면 문제집의 답과 풀이를 통째로 외웠다. 그 결과 모의고사 성적이 2월에 20점에서 11월엔 90점 이상으로 올랐다.

“이런 훈련 덕분에 수능에서 수리를 80분 만에 다 풀어 20분이 남더라고요. 한 문제를 틀리긴 했지만요. 쉬운 것부터 풀었어요. 문제를 보고 30초 동안 머리에 풀이과정이 그려지지 않거나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면 어려운 문제로 판단해 나중으로 돌렸어요.”

◇“과학탐구, 머리에서 실험과정을 연상”=기초지식이 턱없이 부족했던 그에게 과학탐구도 난관이었다. 첫 모의고사 점수는 찍은 것 빼고 거의 다 틀렸다. 친구에게서 과학원리와 실험과정을 머릿속에 그려보는 연습을 하라는 조언을 들었다. 그래프나 도형을 그리거나 실험조건을 달리하면서 발생 가능한 상황들을 연상했다.

“한 예로 ‘운동’의 경우 조건별 실험과정을 머리에 그려 보고 주변의 물건들로 실험을 연출해 봤어요. 교재도 읽기를 수십 번 반복하니까 개별 개념들이 하나의 원리로 통합·연결되더라고요.”

이런 연상을 통해 문제풀이에 적합한 규칙과 풀이과정을 찾아내면서 자기만의 새 가설과 규칙을 만들기도 했다.

“‘A조건 땐 B현상이 발생한다’는 식의 가설을 만들어 여러 문제풀이에 적용해 봤죠. 오류가 생기면 수정·보완해 나갔습니다.”

◇“언어·외국어, 수능출제의 틀에서 접근”=언어와 외국어 영역은 항상 수능의 틀 안에서 생각하는 습관을 들였다. 문제가 요구하는 사고과정과 정답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자기 생각을 넣지 않았다는 말이다.

“수능은 답이 명확지 않으면 파장이 일잖아요. 독해할 때 흔히 ‘~이지 않을까’라고 추정하고 넘어가는데 이는 오답이기 십상이에요. 주어진 문제와 답을 곧이곧대로 익혀야 합니다. 그래야 시험 때 혼란을 막을 수 있어요.”

영어는 독해만 정확하면 70점은 거뜬하기 때문에 단어 암기에 집중했다고 한다.

“ 단어 뜻을 막연하게 유추하면 대부분 답이 틀리는 것을 경험했어요. 모르는 단어만 옮겨 적고 뜻은 적지 않은 단어장을 만들어 반복해 암기했습니다.”

영어 듣기는 대본 읽기로 연습했다. 또 눈을 감고 테이프 발음에 맞춰 조용히 입모양을 따라 하는 훈련을 반복했다. 뇌에 각인시키기 위해서다.

대전=박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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