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칼럼>소비자는 아직도 "봉"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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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소비자를 사람대접해주기 위해 1980년에 만든 법이 소비자보호법이다.그 3조에 보면 소비자는 「안전할,알,선택할,의견을 반영시킬,피해보상을 받을,교육을 받을,단체행동을 할」7大권리가있다. 그런데도 그 권리를 찾겠다고 목청을 높이는 소비자가 드문 이유는 뭘까.일본 도요타社가 최근 국내와 외국에 팔았던 61만대의 자동차를 되받아 결함부품을 새 것으로 갈아끼워 주기로했다.1억2천만달러가 드는 일이다.소비자가 사람대접받 는 나라라서 일어난 일이다.제조물책임(製造物責任-PL:Product Liability)제도나 집단소송제(集團訴訟制)가 아니었다면 없었을 일이다.
PL제도는 상품에 결함이 있으면 물건을 만들 때부터 소비할 때까지 관련된 제조.유통업자가 책임을 지는 제도다.소비자는 결함 때문에 당한 피해만 입증하면 된다.또 집단소송제는 개개인의「작은 목소리」를 모아 기업의 「큰 목소리」와 견줄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한 것이다.
도요타社의 결정은 불량부품으로 만든 자동차가 사고를 냈을 때수많은 소비자들이 집단으로 소송을 제기하게 되고 여기에 패소할경우 물게 될 엄청난 보상액을 겁내서였다.
대부분의 나라가 PL제도를 도입했다.하다못해 중국과 필리핀도재작년에 도입했다.우리나라는 PL제도도,집단소송제도 없다.우리소비자가 중국소비자보다 헐값인 것이다.문제가 있는 물건을 만들어도 책임질 일이 별로 없고 책임진다 하더라도 목청 높이는 고객만 잘 구슬리면 무사히 넘어갈 수 있다.장사하기 편한 나라다.우리나라에서는 물건에 문제가 있다는 것도 소비자가 입증해야 한다.피해구제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생각하면 포기할 수 밖에 없다. PL제도를 도입하지 못하는 이유는 생산비가 올라갈 것을걱정해서다.그러나 실태분석에 의하면 PL제도를 도입해도 가격이불과 0.08~0.1%밖에 오르지 않는다.게다가 PL제도 때문에 물건을 전에 없이 잘 만들려고 애쓰는 효과까지 감안하면 기업에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정부가 소비자보호제도를 개선하겠다고 한다.올해 안으로 집단소송제를 도입하겠다고 한다.다행스러운 일이다.그러나 몇년째 검토해 온 PL제도는 더 검토해야 한단다.이제 우리 소비자도 사람대접해 줄 때가 되지 않았을까.환경도 보호한다는데 .
金 廷 洙〈전문위원.經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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