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의원류를찾아서>아스완댐서 거진 神殿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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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 나에게 안내인은 공사가 한창이던 1964년 당시의 사진을 보여주었다.초대형 기중기를 동원,수십t씩이나 되는 대형 석상 토막을 옮겨짓는 광경이었다.
대왕의 발치로 나있는 통로를 따라 석굴안으로 들어갔다.몇 아름씩이나 되는 거대한 기둥들이 별이 빛나고 독수리가 날고 있는하늘의 무게를 받치고 있었다.벽에도 기둥에도 온통 람세스 대왕의 업적을 기리는 상형문자가 가득 새겨져 있었다 .안내인은 그가 대군을 이끌고 소아시아에 가서 히타이트 왕국을 무찌르고 개선하는 일대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단한 정력가로 히타이트 정벌시에 볼모로 데려온 카데시왕의 딸과 자신의 딸을 포함해 무려 42명의 왕비로부터 모두 1백96명의 자녀를 두었다고 한다.그는 이들 왕비중에서 가장 어여쁜 네페르타리를 총애했던지 자신의 신전 옆에 별궁까지 지어주었다.대형 홀에서 안쪽으로 곧바로 이어진 소형 홀로 들어가면대왕이 그녀와 함께 신들에게 예물을 바치고 천국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나온다.
석굴 깊숙이 있는 제단에는 이미 신의 지위에 오른 람세스 대왕이 아모.프타.호라흐티 신과 함께 서서 제사를 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신들이 서있는 위치에서 입구쪽을 바라보면 사막의 지평선이 보인다.지금도 해마다 대왕의 생일인 2월2 2일과 대관기념일인 10월22일 아침7시25분이 되면 지평선에서 솟아오른햇살이 석굴 안으로 날아들어 제단 위에 서있는 4명의 신에게 비친다고 한다.
『그 옛날엔 저 신들의 이마에 보석에 박혀 있었습니다.그때엔태양빛이 보석에 반사되어 석굴 안을 찬란하게 비췄답니다.』 떠오르는 태양의 빛을 석굴 안에 반사시키는 방식이 흡사 우리나라의 석굴암과 비슷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신전을 나와 암벽에 있는 작은 문으로 들어가 어두컴컴한 통로를 따라 한참을 걸어올라가니 대형 실내경기장 같은 거대한 공간이 나왔다.이전 공사를 할 때 대형 석상이 의지하고 있던 암벽의 앞부분과 암반 깊숙이 있는 신전만을 남기고 석 굴 주위에 있던 막대한 양의 암석을 모두 제거해 천공(天空)을 만든 것이었다.이 때까지만 해도 신전을 토막내서 이전했다는 말을 반신반의하던 나는 이 공간을 보고나서야 바위산과 같이 거대한 신전의이전 공사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짐작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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