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포커스>벼랑에선 日 정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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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일본 국민들의 反정당.反관료 정서는 이번 도지사선거에서 극명하게 표출되었다.탤런트.코미디언지사를 탄생시킨 소위 무당파층(無黨派層)은 왜 생겼는가.
누적된 정치부패에 실망해 자민당(自民黨)에 등을 돌린 층,여당에의 견제역을 포기하고 지조없이 자민당과 짝자꿍한 사회당에 배신감을 느낀 층,무엇을 지향하는지 분명하지 않은 통합야당 신진당(新進黨)을 의아해하는 층,정치인을 인형처럼 조종하며 기득권에 집착하는 관료를 혐오하는 층등이 이심전심으로 뭉친 결과라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한마디로 무당파층이 요구하는 것은 강력한 리더십에 의한 신용있는 정치와 기존 정당과 관료조직을 기반으로 짜인 전후50년간의 정치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꾸라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 정당과 정치인들은 이를 즉각 수용할만한 태세를 아직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오히려 예상을 앞지르는민의의 도전에 우왕좌왕하며 권력 공동화(空洞化)내지 정치공동화의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
위로 총리나 자민당총재로부터 아래 관료에 이르기까지 지위에 합당한 권한을 행사하고 책임지는 분위기는 악화일로에 있고, 정당은 신뢰회복의 묘책보다는 여전히 목전의 선거논리에 함몰되어 있다. 때문에 일본의 정치혼란은 앞으로 몇차례 더 선거를 치르면서 몇년이 더 걸려야 새 가닥을 잡을 것이며 그때까지 무당파층의 위기의식과 지도자대망론이 어떤 표의 변조(變調)를 부릴지모른다는 것이 유력한 관측이다.
무당파층의 생성배경이나 비율,또 이들이 희구하는 정치개혁의 메시지는 한국과 일본이 비슷한 점이 많다.
다만 뚜렷한 차이가 있다면 투표성향의 집중도를 결정짓는 기준이 크게 다를수 있다는 점이다.바로 고질적인 지방색 때문이다.
투표에 나타나는 한국의 지역감정은 호감가는 쪽을 지지하는 수준을 넘어 상대에 대한 강한 거부표시의 성격이 짙다.그만큼 민의의 응징이 왜곡될 소지가 있으며 진정한 선거반란을 어렵게 한다는 뜻이다.
일본의 무당파층이 기성정당에 일격을 가한 것처럼 한국의 무당파층도 6월선거에서 뭔가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과거처럼 지방색만이 또 전면에 나올는지 두고 볼 일이다.
〈日本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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