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대표 경선 흥행 '대박 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4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한나라당 당원 대표자 대회에서 한 당원이 당헌.당규 개정은 성원 미달로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우리 한나라당은 문자 그대로 석고대죄하는 심정으로 무릎을 꿇고 국민 여러분에게 용서를 빕니다. 오늘부로 시대에 맞지 않는 정당, 시대의 버림을 받는 정당의 낡은 굴레를 벗어던질 것입니다."

한나라당은 4일 당원 일동 명의로 이 같은 내용의 '국민에게 드리는 글'을 발표했다. 오는 18일 새 대표 선출을 앞두고 당헌을 개정하기 위해 열린 당원 대표자 대회에서다. 하지만 그런 다짐이 무색할 정도로 대회장은 소란스러웠다.

최병렬 대표를 지지하는 일부 인사는 소장파 의원들에게 고함을 지르고 욕설을 뱉었다. 대회장엔 "23만명이 뽑은 대표를 (소장파) 몇몇이서 갈아치울 수 있느냐" "여기가 공산주의 사회냐"는 등의 고함소리가 가득했다. 어떤 이들은 남경필 의원 등 소장파에게 명함통 등을 던지며 "당을 떠나라"고 소리쳤다.

그런 가운데 한나라당은 이날 대표 경선관리위원회(위원장 박헌기 의원)를 구성했다. 당헌 개정을 통해선 대표 선출을 위한 대의원 숫자를 5000명으로 줄였다. 문제는 이번 경선이 과연 국민의 관심을 끄느냐다. "흥행만 잘되면 오늘의 소란쯤은 문제될 게 없다"는 것이 당직자들의 얘기다.

이날 현재까지 대표 경선 출마 의사를 밝힌 이는 박진 전 대변인과 이신범 전 의원 두명뿐이다. 朴대변인은 40대의 초선이고, 李전의원은 50대로 초선 경력밖에 없다. 그래서 "이래서야…"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조만간 상황은 달라질 것 같다. 박근혜 의원과 홍사덕 원내총무 등의 출마로 '빅매치'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朴의원은 "당을 위해선 누구나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곧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주변에선 출마 결심을 굳혔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洪총무도 며칠 뒤면 출마를 선언할 것이라고 측근들은 밝혔다. 여기에 재선의 맹형규 의원도 "당이 어려울 때 꼬리를 빼고 싶은 생각은 없다"며 가세할 태세다. 그래서 경선 열기는 점차 달아오를 것으로 보인다.

朴의원.洪총무 등이 출마할 경우 관심은 누가 이기느냐에 쏠릴 것이다. 청와대와 열린우리당 등 여권도 경선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울 게 틀림없다. 원내 제1당의 새 대표가 누구냐에 따라 총선의 흐름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朴의원의 경우 당내에선 대중적인 지지도가 가장 높은 게 큰 무기다. 소장파 의원들과 강재섭.강창희 의원 등 일부 중진도 그를 지지한다. 그러나 洪총무나 孟의원이 가진 대중성도 만만하게 볼 수는 없다.

洪총무는 崔대표 측과 일부 영남권 중진 의원이 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현재로선 승부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이상일 기자<leesi@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jongta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