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자로 본 중국 ⑮ 문자개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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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어병음표

56개 민족, 13억3000만 인구의 중국에는 129개의 언어가 존재한다.

중국의 대표적 통용 문자는 한자다. 한자는 역사상 두 차례의 큰 개혁이 있었다. 2200여 년 전 진시황의 진(秦) 문자로의 통일이 첫 번째, 중화인민공화국의 문자개혁이 두 번째 대규모 개혁이었다.

신중국의 문자개혁은 표준화, 간체자, 한어병음 등 세 방면으로 마오쩌둥의 비준을 받아 추진됐다. 1955년 10월 전국문자개혁회의는 기존의 ‘국어’를 ‘보통화(普通話)’로 명칭을 바꾸며 베이징의 발음을 국가의 표준으로 삼았다. 2238자의 간체자만 남기고 복잡한 한자를 대거 정리한 ‘한자 간화 방안’은 56년 1월 31일 정식 공포됐다. 로마자로 한자의 발음을 표기하는 ‘한어병음 방안’은 58년 2월 11일 전국인민대표대회를 통과해 시행됐다. 한어병음 사용 50주년이었던 지난 11일 인민일보는 1면에 ‘한어병음 보급이 문화 창신을 촉진했다’는 제목의 사설을 싣고 중국 소프트파워의 핵심인 중국어의 정보화·세계화를 강조했다.

신중국의 문자개혁은 20세기의 최대 기술 성과 중 원자폭탄·수소폭탄 개발과 인공위성 발사를 의미하는 ‘양탄일성(兩彈一星)’에 다음가는 업적으로 평가된다. 현재 226개의 공자학원이 66개 국가에 퍼져 있으며, 해외에서 한어를 배우는 사람은 4000여만 명에 달한다.

77년엔 한자의 새로운 간략화를 추진하는 ‘제2차 한자 간화 방안’이 시행됐다. 그러나 이 방안은 준비가 충분치 않았던 까닭에 이듬해 일부가 폐기된 데 이어 86년엔 모두 폐기되고 말았다. 이후 문자개혁 열기는 줄어들었지만 복고 열풍과 더불어 번체자의 부활을 주장하는 ‘번간지쟁(繁簡之爭)’의 논란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신경진 중국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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