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삶의 현장" 진정한 땀의 의미 일깨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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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방송의 공익성과 오락성,이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TV프로그램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한 바람일까.
대답은『노』다.KBS-2TV『체험,삶의 현장』이 그 해결책을제시한다.
지나친 시청률 경쟁에 대한 방송사들의 뒤늦은 자성 속에서 『체험…』은 시청률에 집착하지 않아도 내용만 알차면 얼마든지 시청자들을 끌어모을 수 있음을 입증해 보였다.
저명인사.인기연예인들이 일반인도 꺼리는 「3D」노동현장을 직접 체험,진정한 「땀」의 의미를 되새겨본다는 기획의도는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다.
하지만 어떠한 연출.편집 테크닉 없이 있는 그대로의 진솔한 모습을 필름에 담기 때문에 벌어지는 해프닝도 많고,따라서 보는재미가 솔솔하다.
음악가 금난새씨는 갈치잡이배를 타고 심한 멀미로 탈진,갈치를한마리밖에 잡지 못했지만 일당을 벌기 위해 하역장에서 수십상자의 생선을 날라야만 했다.
또 탤런트 유인촌은 주방쓰레기봉투가 터져 썩은 콩나물을 머리에 뒤집어쓰는 봉변 속에서 촬영을 하지 않는 시간까지 아파트 쓰레기를 처리해 현장 사람들의 박수를 받기도 했다.
이들이 흘린 땀의 대가로 받는 일당은 대개 2만~4만원선.
그러나 농구선수 김현준이 『TV에 나오면 1년 재수없다』는 멸치잡이배의 속설을 깨고 당당히 만선을 해 수당으로 10만5천여원을 번 것은 지금까지 최고기록으로 남아있고 넝마주이를 한 새박사 윤무부 교수는 고물 보는 눈은 없는지 5천 1백원이라는최저임금을 기록했다.
지금까지 3백여명의 일당은 모두 불우이웃돕기 기금으로 적립돼총 8백50여만원을 모았으며 지난연말 그중 6백50만원으로 세탁기 31대를 구입,소년소녀가장에게 전달했다.
유명인들이 몸에 선 육체노동에 쩔쩔매는 모습을 가감없이 보여줌으로써 시청자들에게 즐거움과 함께 간접경험을 통한 공동체의식과 「나눔」의 의미를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한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제작진도 출연진 못지않은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
이은미(37.여)PD는 제작을 위해 경기도 한 금광의 지하 3백m 수직사다리를 수차례 오르내리다 이틀을 걷지 못했고 ENG 카메라맨들도 실감나는 영상을 위해 무리하게 카메라를 움직이다 여러차례 다쳐 산업재해보험에 가입했을 정도다.
李勳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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