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복원 명장들 나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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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화마에 휩싸여 누각 2층이 붕괴된 국보 1호 숭례문은 한국의 대표적 고건축 문화재였다. 금강송을 깎아 누각을 올리고 고유의 곡선미를 살려 기와 지붕을 얹었다. 단청에도 전통 공예의 최고 기법이 사용됐다.

이런 숭례문을 복구하는 작업에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를 비롯한 장인(匠人)들이 자원봉사로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제2의 태안’을 떠올리게 하는 시민들의 기증·자원봉사 열기에 최고의 기술을 가진 전문가들이 동참한 것이다. 문화재 보전·수리 기능을 가진 장인들의 단체인 한국문화재기능인협회(회장 최기영 대목장)는 19일 서울 계동 사무실에서 임시이사회를 열어 숭례문 복구와 관련, 자원봉사를 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최기영 회장은 “협회 차원에서 조그마한 힘이라도 보태자는 회원이 많아 이사회를 소집했다”며 “각 분야의 장인인 이사 50여 명이 회의한 결과 자원봉사 참여에 뜻을 모았고, 이 같은 의견을 문화재청에 전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숭례문 복구는 최소한 3~4년이 걸리는 중요한 작업이라 우리 협회가 원한다 해서 무조건 자원봉사로 참여할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라며 “문화재청이 수용할 경우 능력있는 장인들을 선발해 자원봉사에 나설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조선시대 한성부판윤을 지내며 숭례문 건축을 총지휘한 최유경 선생의 20대손이다.

1988년 설립된 이 협회에는 목재건축 전문가인 목공, 돌을 다듬고 쌓는 석공, 단청 등 그림을 그리는 화공 등 18개 분야 4700여 명의 전문 장인이 등록돼 있다. 숭례문 복원에 필요한 분야가 망라돼 있다.

협회 회원인 중요무형문화재 74호 대목장 기능보유자인 최기영 회장을 비롯해 신응수·전흥수 대목장도 자원봉사 취지에 공감하고 있다고 협회 측은 전했다. 중요무형문화재 120호 이재순 석장은 “태안에서 기름이 유출됐을 때 국민들이 자원봉사를 했듯 숭례문 화재를 수습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봉사에 참여키로 했다”고 말했다.

중요무형문화재 113호 정수화 칠장은 “옻칠 전문이라 얼마나 도움이 될 지는 모르지만 필요하다면 자원봉사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협회 측은 복구 참여 전 단계로 우선 자원봉사팀을 꾸리기로 했다. 화재 현장에서 일하는 관계자들과 방문객에게 간단한 음식과 차부터 제공키로 한 것이다. 협회에는 “숭례문 복원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니 협회 차원에서 봉사에 나서자”는 회원들의 전화가 답지하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그러나 “숭례문 건축에는 200억원가량의 거액이 필요하고 기간도 수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장인들이 해당 기간의 작업을 모두 무료로 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며 “인건비 중 일정 부분을 봉사 차원에서 받지 않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중요무형문화재는 “재료비만 대주면 기술은 무료로 제공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협회의 그 같은 입장은 고마울 따름”이라며 “숭례문 복원계획 등을 종합 고려해 긍정적 방향으로 수용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강기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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