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禁女壁깨는 空士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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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90년대에 접어들면서 미국(美國)의 군인사회에선 여군과 관련한 성희롱사건이 꼬리를 물고 발생해 정부와 군부(軍部)지도층이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그 대표적 사건이 91년의「테일 후크 사건」이다.여성 해군대위 폴라 콜린이 라스베이거 스 호텔의 한모임에서 남성 군인들에게 집단 성추행을 당한 것이다.이 사건은美 해군을 최악의 곤경에 빠뜨렸다.작년에는 샌디에이고 해군 훈련기지 교육사령부의 한 학교 교관들이 여성 훈련생들에게 시험에합격시켜주는 대가로 성관계를 요 구했다 해서 구설수에 올랐다.
비슷한 시기에 웨스트 포인트(육군사관학교)에서도 여성 사관생도들이 풋볼 선수들에게 집단 성희롱당한 사건이 발생해 교장 하워드 그레이브스 중장이 국방부에 사건내용을 통보하고 범인들을 색출해냈다.
이같은 일련의 사건들은 軍내부에서 여군들의 역할과 위상(位相)이 크게 높아진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미국의 여군들은 소말리아.이라크.르완다.아이티 등지에서 평화유지활동을 훌륭히 수행하고 있으며 상당수의 여군들은 전투부대 근무를 자원 할 정도로 남성군인들을「위협」하고 있는 것이다.실제로 최근 몇년사이 미국여군들은 수적으로 크게 늘어나 94년 한햇동안 공군 신병의 24%,육군 신병의 19%,해군 신병의 17%가 여성들로 채워졌다.지휘관들도 경우에 따라선 남성보다 여성군인들의 효용가치가 훨씬 높다고 실토한다.전투부대를 지원하는 여군들이 많은 것도 전투부대 지휘경력이 있는 장교만 최고위직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그렇게 보면 근년에 이르러 美사관학교에 여성생도들이 급격한 증가추세를 보이는 것 도 당연하다.
미국과 달리 우리의 육.해.공군사관학교는 창설이래「금녀(禁女)의 집」이었다.전통적인 남성우월사상 탓도 있을듯 싶다.하지만사회 모든 분야에서 여성들의 역할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만큼 군대라 해서 여성들의 지원을 막아야할 까닭이 없 다.일반 여군의 경우만 해도 매년 장교후보생은 50대1,하사관후보생은 20대1의 경쟁률을 보일 정도니 여성들의 사관학교 입학을 막는 것이야말로 남녀차별의 전형인 셈이다.국방부가 우선 내년말 공군사관학교부터 20여명의 여성생도를 모집 키로 한 것은 획기적이라할만하다.2000년대에 들어서면 여성 사관학교 교장.여성 참모총장도 등장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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