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에 인수 잘 돼가고 있었는데 뜬금없이 옆구리 맞은 기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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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15일 오전 어렵사리 통화된 박병무(47) 하나로텔레콤 사장의 목소리에는 피곤이 배어 있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에 강한 단서를 단 때문일까. 그는 “민감한 때라 드릴 말씀이 많지 않다”면서도 “사업하는 사람으로서 안타까운 점도 있다”고 했다. 공정위는 두 회사가 합치려면 “SK텔레콤이 독점한 800메가헤르츠(㎒) 주파수를 경쟁사에 개방하라”고 15일 권고한 바 있다. 일문일답.

-공정위의 ‘조건부 인수’ 의견이 양사 결합에 걸림돌이 될 텐데.

“거래 자체가 불발되진 않으리라 본다. 하지만 기업을 합쳐 시너지를 내려는 것이 뜬금없는 일로 옆구리를 맞은 기분이다.”

-공정위의 800㎒ 대역 강제 개방 요구는.

“800㎒ 주파수가 중요한 건 알지만, 양사 결합과 주파수 문제는 별개 사안이다. KTF와 LG텔레콤이 이번 기업 결합 심사를 기회로 삼아 오랜 민원사항이었던 ‘800㎒ 조기 재배치 및 강제 개방’ 문제를 들고 나온 것 아닌가 싶다. 주파수는 기한이 되면 회수해 재배치하면 된다. 오히려 세계적으로 통신설비 개방의 주요 이슈는 KT와 같은 유선 지배적 사업자의 선로 및 관로 개방이다.”

-요즘 논란이 되는 필수 설비 개방 문제를 뜻하는 건가.

“그렇다. 정부 예산으로 수십 년 동안 매설한 선로·관로야말로 명백한 공공재다. 후발 사업자가 그런 수준의 설비를 갖추기는 불가능하다.”

-공정위 전원회의에 참석해 “KT·LG 연합군과 형평을 맞춰 달라”고 호소한 걸로 안다.

“KT와 LG는 이미 유·무선 그룹 체제를 갖췄다. SK텔레콤과 하나로가 뒤늦게 결합을 꾀한다 해서 이들보다 강화된 규제를 감당할 이유는 없다.”

-공정위는 두 회사가 합치면 독과점으로 소비자에게 불리하다는 생각이다.

“그렇지 않다. SK텔레콤과 하나로가 손을 잡으면 KT가 90% 이상 점유한 일반전화 시장에 비로소 진정한 경쟁이 시작된다. 또 양사가 경쟁력 있는 결합상품을 내놓으면 KTF와 LG텔레콤도 그 뒤를 따라 통신요금을 낮출 것이다.”

한편 LG텔레콤은 SK텔레콤이 800㎒ 주파수 개방(로밍) 불가 입장을 밝힌 데 대해 “로밍 요청 지역은 군부대·국립공원·도서지역처럼 투자하고 싶어도 망 설치 자체가 어려운 곳”이라며 “우리가 투자 여력이 충분한데도 정부 혜택을 받으려 한다는 SK텔레콤의 주장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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