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이것이궁금하다>식용유의 원료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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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주부 金모(서울 신림동.32)씨는 식용유를 선전하는 TV광고를 보고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식용유 한병을 만드는데 콩이 여섯되 가까이 필요하다』고 얘기하는데 도무지 믿기질 않았다.콩 한말(10되)로 식용유 2병도 못 짜낸다는 계산인데 무엇보다 그렇게 많은 콩으로 식용유를그정도밖에 만들지 못하는 사실이 이상했고 콩값은 여간 비싼게 아닌데 반해 식용유는 한병에 0.9ℓ짜리가 기껏해야 1천4백원정도니 가격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광고 내용이 사실이라면 식용유를 만드는 회사가 손해를 보고 있다는 얘기인가.아니면 식용유를 진짜 1백% 콩만으로 만드는게아니고 행여 물이나 다른 성분을 섞는 것은 아닐까.궁금증은 꼬리를 물었다.
金씨는 식용유 제조회사에 전화를 걸어 『광고내용이 과장된게 아니냐』고 물었다.회사측 관계자는『식용유 0.9ℓ짜리 한병을 만드는데 콩은 실제로 여섯되 분량인 4.6㎏정도가 들어간다』면서『식용유의 성분도 1백%가 콩에서 나온 기름이며 다른 물질은전혀 섞이지 않는다』고 들려줬다.
값으로 치면 국산콩의 경우 가격이 ㎏당 1천원안팎인 점을 감안할때 식용유 한병을 만드는데 콩이 4천6백원어치가 먹히는 셈이다.그런데도 식용유 제조회사들이 식용유를 한병에 1천4백원만받고 채산을 맞춰나갈 수 있는 것은 콩기름을 짜 고 남는 대두박(콩깻묵)과 콩껍질을 다른 곳에 활용하기 때문이었다.
콩에서 나오는 성분을 따져보면 식용유는 전체의 17.8%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대두박이 77%,콩껍질.콩단백.불순물등이 5.2%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콩 4.6㎏에서 식용유 0.9ℓ(0.8㎏)를 짜내고 대두박(3.6㎏)과 콩껍질.콩단백.불순물(0.2㎏)이 부산물로남는 셈이다.
특히 대두박은 90%가 사료용 원료로 판매되고 나머지는 두부.된장.고추장 원료로 쓰이고 있어 식용유 회사로선 대두박등을 팔아 수입을 메우고 있다는 것이다.金씨는 이러한 내용을 설명듣고 나서야 소비자들이 실제 콩값에 비해 훨씬 싼 값으로 식용유를 사먹을 수 있는 배경을 이해하게 됐다.
李鍾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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