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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블로그] 버림받은 '해운대 57억 아파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아파트 1채 분양가격이 57억63460원으로 국내 최고가격을 기록한 부산 해운대 아이파크 423.407평방미터(128평형) 수퍼펜트하우스(타워1동 6502호, 6602호)의 당첨자 2명이 계약을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57억대 수퍼펜트하우스에 당첨된 사람은 30대(1973년생)와 50대(1953년생)였습니다.

현대산업개발에 따르면 지난 11일-13일 당첨자 분양계약을 받은 결과 해운대 아이파크 총 1631가구 중 783가구가 계약을 마쳐 48%의 계약률을 기록했습니다. 지난달 21일-23일 청약 접수 때 총 4436명이 신청 2.8대의 1(일반분양 기준)의 경쟁률을 보인 것을 감안하면 썩 좋지 않은 계약률을 보인 것입니다.

이중 4명이 청약을 해 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57억원 수퍼펜트하우스는 당첨자 2명 모두 계약을하지 않았습니다. 분양가격이 18억8250만원을 넘은 수퍼펜트하우스는 30명의 당첨자 중 12명이 계약을 마쳐 평균 계약률에도 못미쳤습니다.

1순위 청약에서 2대 1의 경쟁률을 보인 57억대 아파트 당첨자가 계약을 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현대산업개발 측은 "지나친 관심이 부담이 되었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만약 자금 동원 능력이 있는 사람이었다면 최고급의 명품 아파트를 분양받아 사는데 주위의 시선 때문에 포기했을까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평이 있더군요.

해운대 아이파크에 앞서 분양을 한 바로 옆 주상복합 아파트 두산위브더제니스(이하 두산제니스)쪽에 전화를 걸어보았습니다. 3개동 총 1788가구를 분양한 두산제니스는 아파트 높이가 최고 300m로 '국내에서 가장 높은 건물'뿐만 아니라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주거용 건물'로 기록될 예정입니다. 이 아파트의 최고층인 80층펜트하우스 325.3060평당미터(98평형)의 분양가격은 44억2900만원이었습니다. 3.3평방미터(1평) 가격은 4500만원으로 아이파크와 같았습니다.

44억대 이 펜트하우스는 같은 크기의 아파트 30가구(101동 76층-80층 10가구, 102동 71층-75층 10가구, 103동 66층-70층 10가구, 최저 분양가격 28억1440만원)와 묶어 지난달 2일부터 3일간 청약을받은 결과 7가구만 신청했을 뿐입니다. 당첨자를 가린 결과 44억대 펜트하우스(101동 8001호)의 주인을 찾지 못했습니다. 결국 선착순 분양에 들어갔죠.

주인을 찾았습니다. 44억대 펜트하우스 주인은 개인이 아닌 법인이었습니다. 한 대기업이 영빈관으로 쓰기 위해 가계약을 했다고 합니다.

해운대 두산제니스 분양관계자에 따르면 "우리는 처음부터 개인이 펜트하우스를 분양받을 것으로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그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매년 1억대 세금을 내고 살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명이나 될까요"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가 부담이 된다는 것이죠. 현재 세제로 한다면 분양가 50억인 아파트의 보유세는 8000만원이 넘는다고 합니다. 57억원대인 해운대 아이파크의 경우 보유세가 1억원이넘을 것이라고 합니다.

현재 서울에는 공시가격(2007년 1월 기준)이 50억4000원인 공동주택이 있습니다. 작년 종부세만6340만원이었다고 합니다. 아파트 공시가격은 48억원이 최고 가격입니다. 아파트 실거래가 신고액을 기준으로 하면 53억9000만원이 최고였습니다.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었던 2006년의 이야기입니다. 작년 2007년의 경우 실거래가격이 50억원을 넘은 경우가 없었습니다. 최고가격은 49억원이었습니다. 40억원 이상을 기록한 것은 5건뿐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40억원이 넘는 아파트를 개인에게 분양한다는 것은 애시당초 무리라는 것이죠. 주인을 찾을 때 처음부터 개인보다는 법인을 염두에 두었다는 것입니다.하지만 법인은 일반 청약 때 신청 자격이 없습니다. 법규상 1순위에서 3순위까지 아파트 청약은 개인만 할 수 있습니다. 법인이 아파트를 소유하려면 개인이 분양받은 아파트를 사거나 분양 아파트의
경우 미달된 가구를 선착순 분양 때 계약을 할 수 있습니다.

지난달 불과 20일 사이 부산 해운대에서 3.3평방미터(1평) 최고 분양가격 4500만원 주상복합아파트를 분양한 두산제니스와 아이파크는 정반대 분양전략이 관심을 끕니다. 먼저 청약을 받은 두산제니스는 사전에 견본주택도 오픈하지 않았습니다. 대대적인 홍보도 하지않았죠. 청약 결과는 저조했습니다. 3순위까지 청약을 받은 결과 1735가구(3자녀 특별공급 53가구 제외) 분양에 207명만이 신청했을 뿐입니다.

이에 비해 현대산업개발 아이파트는 청약에 앞서 견본주택을 열고 대대적인 홍보에 들어갔습니다. 청약 결과는 '대박'이었죠. 3순위까지 청약을 받은 결과 평균 경쟁률이 2.8대 1에 육박했습니다. 청약 결과만 보면 아이파크의 완승이죠. 하지만 아이파크의 계약률은 50%에도 못미쳤습니다. 당첨자 중 부적격자가 140여 명이나 되는 것으로 드러나 실제 계약률은 더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뜨거웠던 청약 열기에 비하면 저조한 성적입니다.

청약 성적이 나빴던 두산제니스는 지난달 10일 당첨자를 발표한 이후 견본주택을 열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나 들어오게 하지 않습니다. 사전 예약을 받은 사람만 들어갈 수 있습니다. 분양관계자는 "철저하게 실수요자 위주로 분양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고 강조했습니다.

최고가격 44억대 펜트하우스의 주인을 찾은 해운대 두산제니스도 총 1788가구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 가구가 많아 지금도 선착순 분양을 받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궁금한 게 있죠. 57억짜리 해운대 아이파크 수퍼펜트하우스 2가구의 새 주인은 어떻게 찾느냐는 것입니다.

1순위 청약자 중 떨어진 2명에게 우선권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예비당첨자로 선정되지 않았기 때문이죠. 분양회사는 "계약을 맺지 못한 가구는 내달 초 예비당첨자를 상대로 추첨을 거쳐 동, 호수를결정해 다시 계약에 들어갈 예정"이라며 "57억 수퍼펜트하우스도 그때 선착순으로 분양 신청을 받아계약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새 주인이 개인일까요 아니면 법인일까요. 무게 중심은 아무래도 법인 쪽으로 쏠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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