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가나가와현 공립고 “일본사 필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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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일본의 일부 공립고교가 ‘일본사(史)’를 필수 과목으로 채택하기로 했다. 일본의 역사와 문화를 제대로 가르치겠다는 취지에서다.

도쿄 인근의 가나가와(神奈川)현 교육위원회는 14일 “2013년까지 관내 142개 모든 공립 고교에 대해 일본사를 필수 과목으로 가르치도록 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일본사 과목을 지자체가 독자적으로 채택하기로 한 것은 가나가와현이 처음이다. 현재 문부과학성은 학습지도 요령을 통해 ‘세계사’를 필수로 하고 ‘일본사’와 ‘지리’ 중 한 과목을 선택해 이수토록 하고 있다.

앞서 가나가와현·도쿄(東京)도·사이타마(埼玉)현·지바(千葉)현은 2006년 문부과학성에 일본사의 필수화를 요구했다. 그러나 문부과학성 산하 중앙교육심의회는 지난달 이를 거부했다. “일본사는 이미 초등학교·중학교에서 배우고 있는 만큼 고등학교에서는 세계사를 필수 과목으로 유지하는 게 옳다”는 판단에서다.

가나가와현 교육위의 14일 결정은 문부과학성 지침과는 달리 독자 행동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일본에선 지도요령에 크게 반하는 내용이 아닌 이상 어떤 과목을 필수 과목으로 할지는 지방 교육위가 결정할 수 있다.

이날 가나가와현 히키치 고이치(引地孝一) 교육장은 “일본이 미국과 전쟁을 했는지조차 모르는 젊은이가 늘고 있다”며 “사물을 깊이 생각하기 시작하는 고교 시절에 자국의 역사와 문화를 제대로 배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결정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가나가와현 마쓰자와 시게후미(松澤成文) 지사도 “일본사를 배워야 애국심이나 향토애가 우러나오는 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사참배를 일본의 한 문화라고 주장하는 보수·우익 인사다.

일 정부 내에서도 가나가와현의 결정을 환영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마치무라 노부다카(町村信孝) 관방장관은 15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일본의 역사와 전통을 제대로 배우고자 하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평가했다.

또 필수 과목이 늘어나면 학생들의 부담이 증가할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선 “부담이 늘더라도 장래에 훌륭한 사회인으로 성장해 나가는 기초를 교육 현장에서 몸에 익히려는 것이라면 (가나가와현의 결정을) 존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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