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책갈피] ‘좋은 기업’ 위에 ‘사랑받는’ 기업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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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위대한 기업을 넘어 사랑받는 기업으로
라젠드라 시소디어·데이비드 울프·잭디시 세스 지음
권영설·최리아 옮김,럭스미디어,1만8000원

좋은 양념(Spice)을 쓴 요리는 미식가의 애호를 받는다. ‘사랑받는 기업’도 그렇다. 사회(Society) 파트너(Partner) 주주(Invester) 고객(Customer) 종업원(Employer)의 영문 머리글자를 딴 ‘SPICE’, 이를 두루 잘 다루는 곳이 사랑받는 회사라는 것이다. 말처럼 쉽지는 않다. 소비자로부터 물건 좋다고 칭송을 듣지만 납품 단가를 후려쳐 협력업체의 저주를 듣는 기업, 해마다 주주 배당은 척척 하지만 직원 임금은 짜기 그지 없는 회사를 주변에서 흔히 본다. 명분은 회사의 이익을 극대화한다는 것이다. GM은 불만에 가득 찬 고객과 직원·딜러·협력업체에 둘러싸여, 사랑받는 경쟁업체 도요타·혼다·BMW의 위협을 받고 있다.

이 책은 주주만을 위한 부의 창출을 넘어서는, 좀더 큰 이익을 실현하는 비법을 찾아낸 기업에 관한 이야기다. 바로 ‘사랑받는 기업(Firms of Endearment)’이다. ‘주주 자본주의’의 굴레에서 벗어나 고객과 임직원·거래업체·지역사회 등 온갖 이해 관계자를 두루 만족시키는 회사가 사랑을 받고, 실적도 덩달아 좋아진다는 점을 설파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이익을 많이 내 세금 많이 내고 고용을 많이 하면 된다’는 프리드먼류의 자유주의적 사고와는 사뭇 다르다.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회장 겸 CEO가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구글·도요타·BMW·스타벅스·아마존·UPS·이베이·이케아·존슨&존슨 등과 더불어 ‘사랑받는 기업’으로 꼽혔다.

미국의 ‘독립선언서’,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이 나온 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는 일심동체가 돼 눈부신 물질문명을 일궜다. 산업사회와 대중소비사회·지식경제 시대를 거치면서 과학과 이성은 제품 디자인에서 조직관리·마케팅에 이르기까지 비즈니스의 전 영역을 관장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정립된 이윤 극대화 논리는 환경파괴와 대량 실업 같은 부작용을 낳았다.

이제는 주관이 객관을, 감성이 이성을, 우뇌가 좌뇌를 보완해야 하는 시대다. 제품 자체에 대한 관심 못지않게 부대 서비스나 체험적인 요소에 관심이 커진다. 전세계적인 고령화 추세도 이와 맞물려 있다. 웬만한 선진국은 40세 이상의 중장년·노년 층이 인구의 절반 이상이다. 이들은 물질보다 경험적인 것을 추구하고, 이타심과 사회의식이 젊은이보다 강하다.

사랑받는 기업을 선정하려고 저자들은 지구촌 수천 개 우량 기업을 추천받았다. 양적·질적 성과를 2년 간 측정해 최종적으로 28개 기업을 추렸다. 수백 대 1의 경쟁률인 셈. 구글·도요타·BMW·스타벅스·아마존·UPS·이베이·이케아·존슨&존슨처럼 지명도가 큰 기업이 있는가 하면 뉴밸런스·IDEO·웨그먼스·조던스퍼니처·컨테이너스토어·트레이더조·홀푸드 등 생소한 ‘보석’도 적잖았다. 다각도의 심층 인터뷰가 흥미롭다. “그 회사가 사라지면 당신 인생에 문제가 생길 정도인가” 같은 질문 항목도 있었다. 어떤 이는 “할리데이비슨이 망해 그 회사 모터사이클을 탈수 없게 된다면 차라리 왼팔이 없는 게 낫겠다”고 대답하기도 했다.

책 제목은 과거 짐 콜린스의 베스트셀러 경영서 『좋은 기업에서 위대한 기업으로』를 연상케 한다. 『위대한 기업을 넘어 사랑받는 기업으로』라는 제목은 대구를 활용한 도전의 의미를 담았다. 콜린스는 ‘위대한 기업’ 의 공통점으로 일사불란한 시스템과 규율을 중시했다. 28개 ‘사랑받는 기업’ 중 13개 공개기업의 실적을 따져 봤더니 콜린스의 ‘위대한 기업’ 11곳보다 좋았다는 실증자료를 들이댄다.  

홍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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