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中企육성과 대기업 몫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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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현재 미국 최고의 부자는 빌 게이츠다.그가 운영하는 마이크로소프트社는 전 세계 PC에 운영시스템과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거의 독점적으로 공급하고 있다.결국 빌 게이츠같은 사람의 창조적노력과 성공으로 미국이 PC업계를 석권하고 있고 ,정보화사회로진입함에 따라 미국은 더욱 더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최근 빌 게이츠가 미국에서 反독점법 위반으로 고초를 겪고 있다.빌 게이츠의 마이크로소프트社가 전체 컴퓨터 운영시스템 시장의 83%를 점령해 독점적 위치에서 불공정한 경쟁을한다고 기소된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법무부와 협의를 거쳐 경쟁지향적 사업경영을 할것을 합의했지만 이 사건을 담당한 판사가 이 합의를 거절하고 새롭게 反독점적 조사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이다.美 연방판사인 스포킨 재판관의 의견은 이렇다.
『이번 합의를 보건대 미국 정부가 국가경제에 중대한 위협이 될 사항을 적절히 대처할 의지나 능력이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만약 이 합의가 그대로 인정된다면 앞으로 마이크로소프트社는 그 위력이 너무나 막강해져 미국 정부든,시장상황이 든 그 독점적 사업수행에 적절히 대처할 수 없을 것이다.』 결국 무슨 사업이든 독점이란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고 이를 막지 못하는 경우국가 경제의 안녕을 해친다는 것이다.
미국과 같이 시장경제의 꽃을 피우고 있는 사회에서도 「공정경쟁」이라는 시장경제의 규칙을 지키기 위해 정부가 개입하고,또 필요한 경우에는 사법부까지 편을 들어 독점기업들의 사업방법을 제약하거나 극단적인 경우엔 기업을 몇개로 분할해 독점적 위상(位相)을 깨고 분할된 기업끼리 경쟁하도록 강요하고 있다.그 중요한 논거는 독점기업들의 행위가 단순히 기업의 규모가 크기 때문이 아니라 시장에서 독점적 위치를 점하고 있으면서 불공정한 경쟁행위를 자행하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의 이야기로 돌아와 정부의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대규모 기업집단 현황을 보면 30대 그룹의 총 매출액은 전체 국민총생산(GNP)과 대비해 82%를 차지, 94년보다 2% 높아져 오히려 경제력 집중현상이 심화됐다.더 욱이 상위 5대 그룹의 총 매출액은 GNP의 절반을 넘는 54%에 해당된다.30대 그룹의 총자산규모도 지난해보다 7% 늘어난 가운데 계열기업의 수도 6백23개로 94년보다 7개가 늘어났다.
이에 반해 지난해와 같은 경기호황속에서 중소기업은 더욱 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부도업체수를 보면 1만1천2백55개에 달했고,부도율도 0.17%에 달하고 있다.결국 우리 경제에서 대기업의 몫은 점점 더 커지고,중소기업의 위상은 더욱 약해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 이같은 추세가 계속돼 우리 경제에서 대기업의 역할이 극에 달하는 경우 국민은 자연히 스포킨 판사와 유사한 의견을 제시하게 될 것이다.즉『우리 경제에서 대기업의 역할이 너무나 막강해 정부나 국민이 경제적으로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게 되었고,이는 결과적으로 국민경제의 안녕에 중대한 위협으로 등장하게 되었다』고 까지 진전될 수 있을 것이다.이 경우 국민은 정부를비난하게 될 것이고 결과적으로 대기업에 대한 새로운 규제가 가해질 것이다.
이같은 파국적 국면을 면하기 위해 대기업은 중소기업을 육성하는 경영전략을 택해야 할 것이다.특히 정부의 중소기업 육성정책이「보호와 육성」에서「자율과 경쟁」으로 전환됨에 따라 중소기업육성에 대기업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중소기업의 성장이「자율과경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선 과거와는 다른 중소기업의 경영환경이 먼저 조성돼야 한다.
첫째로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이 우선적으로 보장돼야 한다.특히중소기업과 대기업간의 거래나 경쟁에 있어 경제적으로 우월한 위치에 있는 대기업이 불공정한 거래를 자행하는 경우「자율과 경쟁」이라는 기본전제가 무너진다.따라서 시장에서 공 정한 거래라는여건이 조성되기 위해선 무엇보다 대기업의 자발적 노력과 협력이필요하다.기술.자금.인력등 모든 면에서 대기업보다 영세적 위치에 있는 중소기업에 가격.납품.대금지불방법 등에서 불공정한 거래를 강요하는 것은 장기적 관점에 서 대기업에 자업자득(自業自得)의 결과만 초래할 것이다.
정부당국은 과거와 달리 공정경쟁의 차원에서 시장질서와 규칙이확립되도록 공정거래위원회의 기능과 역할을 개혁차원에서 조정해야할 것이다.
둘째로 중소기업의 자율적 성장을 돕기 위해선 중소기업이 전문화하도록 스스로 노력하고 이를 위해 대기업이 적극 도와주어야 한다.특히 전문화하는 중소기업에 대기업이 기술.자본.경영기법을제공함으로써 중소기업도 육성되고 대기업도 부품공 급 등에서 충분한 이득의 환원을 받게 될 것이다.
***공정거래委 역할 중요 결국「자율과 경쟁」속에서 중소기업이 육성되기 위해선 대기업의 협력과 노력이 필수조건이다.그렇지않고 대기업이 경제를 독식하고 불공정한 경쟁행위로 중소기업의 몫이 점점 위축되는 경우 국민과 정부는 똑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즉 『대기 업의 규모가 크다고 규제하고 견제하는 것은 아니다.단지 경제에서 그 몫이나 힘이 너무 막강해져 더 이상 방치하는 경우 건전한 경제발전에 오히려 위협으로 작용하게 된다.』이같은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중소기업은 더욱 육성돼야 하고 이를 위해 대기업의 협력과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때다.
〈서울大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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