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속까지 구글 ‘침투 작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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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세계 최대 인터넷 검색업체 구글은 모바일 소프트웨어 플랫폼인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휴대전화 시제품을 12일(현지시간) 스페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처음 공개했다. [바르셀로나(스페인) AFP=연합뉴스]

카메라나 음악 감상 기능을 앞세운 휴대전화 단말기 경쟁은 종막을 고하는가.

14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막을 내리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의 최대 관심사는 ‘인터넷과 휴대전화의 만남’이다.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은 기조 연설에서 “모바일이 인터넷으로 불리는 시대가 곧 온다”고 말했다. 인터넷 플랫폼이 PC에서 휴대전화로 바뀐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단말기보다 소프트웨어(SW)가 더 주목을 받았다.

이번 행사에서 처음 시제품을 공개한 ‘구글폰’은 이런 변화의 신호탄이다. 구글폰은 구글이 만든 단말기가 아니다. 석 달 전 구글이 선보인 개방형 모바일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단말기를 말한다. 구글폰은 검색·위치기반서비스(LBS)·인터넷 메신저·동영상 등 PC에서 주로 쓰던 모든 기능을 휴대전화로 해결할 수 있도록 했다.

지금까지 모바일 OS 시장은 노키아·소니에릭슨·지멘스 등 유럽 업체들이 주도해 개발한 ‘심비안’이 60% 안팎을 점했다. 미국 MS의 ‘윈도 모바일’이 뒤를 따른다. 업계 관계자는 “구글이 이 분야에 뛰어들면서 인터넷에 이어 모바일 시장에서도 MS와의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해졌다”고 말했다.

단말기 제조업체들은 안드로이드의 등장을 반기고 있다. 무료인 리눅스 기반으로 만들어 윈도 모바일보다 값이 훨씬 싼 데다 응용 프로그램까지 제공해 단말기 제조업체가 개발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또 구글이 구글폰을 통해 광고 수익을 이동통신 사업자와 배분할 방침이어서 사업자들의 지지도 받는다.

단말기 시장의 40%를 점한 핀란드 노키아는 구글 검색엔진을 장착한 휴대전화를 100여 개국에 판매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미국 3위 이통 사업자인 스프린트를 통해 이르면 연말께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휴대전화를 출시한다. LG전자도 4위 사업자인 독일 T-모바일에 구글폰을 공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지성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사장은 “인터넷이 PC 시장에 가져온 엄청난 변화를 모바일 분야에서도 일으킬 것”으로 전망했다.

김창우 기자

◇안드로이드=구글이 운영체제(OS)·미들웨어·응용프로그램을 묶어 내놓은 휴대전화용 개방형 SW 플랫폼. PC에 윈도를 깔면 다양한 SW를 쓸 수 있게 되는 것처럼 안드로이드를 채용한 휴대전화로 인터넷·메신저 등을 쉽게 사용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제조업체와 서비스 업체마다 OS가 달라 개별적으로 응용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했다. 문자 메시지와 같은 기본 기능조차 제조업체마다 사용법이 조금씩 다른 연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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