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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 방화 재구성 … 작년 두 차례 답사 … “경비 허술해 숭례문 택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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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 방화사건 피의자 채종기(70)씨는 치밀한 방화 계획을 세웠다. 두 차례나 사전 답사를 했다. 채씨는 “경비가 허술하고 접근이 쉬워 숭례문을 방화 대상으로 삼았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그러면서 “종묘 같은 문화재는 야간 출입이 통제되는 등 경비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 범행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말했다. 다음은 채씨의 경찰 진술을 토대로 재구성한 방화 사건 전후의 행적이다.

채씨가 강화도 하점면에 위치한 전처 이모(70)씨의 집을 나선 것은 10일 오후 5시쯤. 그는 알루미늄 사다리 1개를 한 손에 들고 시너가 가득 담긴 1.5L 플라스틱 페트병 3개를 담은 배낭을 메고 버스에 올랐다. 활동에 편리하게 운동화를 신었다. 검은색 등산복 바지 주머니에는 초록색과 흰색 일회용 라이터도 챙겨 넣었다. 1시간쯤 뒤 경기도 일산에 도착한 채씨는 서울로 향하는 좌석버스에 몸을 실었다.

10일 오후 8시35분.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 앞에 도착한 채씨는 횡단보도를 건넜다. 지난해 7월과 12월 두 차례 답사를 통해 숭례문 인근에 설치된 CCTV 위치도 파악한 뒤라 거침없이 숭례문으로 다가갔다. 오후 8시47분 채씨는 높이 70㎝의 숭례문 철책을 뛰어넘었다. 시너병으로 불룩해진 배낭과 사다리를 어깨에 메고 있었지만 그를 제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경찰에 따르면 채씨는 “잡히더라도 좋다”는 마음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채씨의 행동은 대담했다. 가파른 숭례문 서쪽 옹벽을 기어올랐다. 이어 준비한 사다리를 타고 누각으로 들어갔다. 중앙의 나무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갔다.

숭례문 광장이 내려다보였다. 채씨는 배낭에서 시너가 든 페트병 3개를 꺼냈다. 1.5L 시너 한 병을 바닥에 뿌리고 나머지 두 개는 옆에 놓았다. 그러고선 준비한 라이터로 바닥에 뿌린 시너에 불을 붙였다.

불을 붙인 라이터는 바닥에 버렸다. 시너에 붙은 불은 순식간에 번졌다. 불이 바닥에 옮겨 붙은 것을 확인한 채씨는 숭례문을 빠져나와 신호 대기 중인 택시를 잡아타고 숙대입구에서 내렸다. 그러곤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일산에 있는 아들의 집으로 갔다. 그곳에서 두 시간 가까이 머문 뒤 강화도로 출발했다.

강기헌·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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