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성금 논란 “200억 십시일반하자” “또 국민에 떠넘기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어처구니 없는 화재로 처참한 몰골만 남은 숭례문이 12일 밤 가림막에 둘러싸여 있다. 그 너머로 현대식 건물들이 무심한 불빛을 쏟아내고 있다. [사진=김형수 기자]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전소된 숭례문을 국민 성금으로 일으켜 세우자고 제안했다. 이 당선인은 12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연석회의에 참석해 “이른 시일 내에 숭례문을 복원해 국민의 허전한 마음을 달래야 한다”며 “복원 비용이 200억원으로 추정되는데 (정부 예산으로 할 수도 있지만)십시일반 국민들의 성금으로 하는 게 어떠냐”고 말했다. 그 방법이 국민들에게 위안을 주고 의미가 있지 않겠느냐는 취지였다. 당선인은 “마침 해외 동포단체에서도 참여하고 싶다는 뜻을 밝혀 왔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이경숙 인수위원장은 “숭례문은 정부의 숭례문이 아니라 국민의 보물”이라면서 “국민 한 명 한 명의 정성으로 복원해서 마음을 추스르는, 그리고 소망을 다시 깨우는 그런 제안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이동관 대변인은 “새 정부 출범 후 국민 모금 운동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당선인의 기대와 달리 여론은 우호적이지 않았다. 여론의 바로미터 중 하나인 인터넷 민심은 싸늘했다. 인터넷 포털 ‘네이버’의 관련 기사에 붙은 댓글도 비판이 대다수였다. 먼저 올라온 500건의 댓글 중 국민 성금 제안에 공감한다는 쪽은 4건에 불과했다.

네티즌은 이번 사건의 책임 소재를 명백히 밝히는 게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불 난 지 며칠도 안 돼 국민 성금 운운하는 이벤트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아이디 rlatjdwl1 등). 자발적이어야 할 성금을 정부가 강요하는 게 불쾌하다는 의견도 많았다(아이디 redlix 등). 아이디가 ohfelix인 네티즌은 “기름을 쏟아도 국민들이 다 닦고, 은행이 부실 경영해도 국민들이 부담하며, 이제 공무원들 방만으로 문화재 날려도 국민들이 복구하는가”라고 적었다.

포털 ‘다음’의 여론 광장에도 어제까지만 해도 모금 청원이 잇따랐지만 상황이 역전돼 ‘국민성금 반대 청원’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통합신당 우상호 의원은 이날 “취지는 충분히 이해하나 자발적 모금은 언론사나 시민단체에 맡겨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글=이상복 기자 , 사진=김형수 기자

[J-hot] 세종대왕 18대손 "일제 때도 멀쩡했는데 못 지켜서 죄송"

[J-hot] 문화재청 "지름 1m 금강송 어디 없나요" 수배

[J-hot] 방화범 채종기, 개인사 꼬이자 "국가탓" 적개심 키워

[J-hot] 전문가들 "방화 후 고스톱 즐긴 채씨는­…"

[J-hot] 검거되고 30분만에 범행 순순히 자백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