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현, 아직 안죽었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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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전 일본 오키나와에 비가 내렸다. 유지현(33.LG)의 응어리도 씻기는 듯했다.

지난 겨울 유지현은 13명의 자유계약선수 가운데 가장 비참한 대접을 받았다. 다년계약을 해주겠다는 구단이 없어 울며 겨자먹기로 LG와 1년 재계약을 했다. "이제 유지현은 끝났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적지않았다. 1994년 프로야구 신인왕, LG의 간판스타라는 자존심도 함께 퇴색했다.

그 유지현이 지난 1일 이시가와구장에서 벌어진 삼성과의 연습경기에서 본때를 보여줬다. 1번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장해 4타수 2안타(1볼넷)의 맹활약. 안타 한개는 오른쪽 담장을 때리는 큰 타구였다.

이순철 감독은 무릎을 쳤다. 1번타자 자리가 고민거리였던 이감독이다. "열심히 준비한 흔적이 보인다. 지난해보다 타구가 20m 정도 더 날아간다. 유지현이 잘해주면 톱타자 고민이 해결되고 튼튼한 라인업을 짤 수 있다"며 표정이 환해졌다.

"다른 해보다 느낌이 좋네요. 첫 경기라 긴장했는데 생각보다 잘 풀렸습니다." 미계약자로 남아 LG의 호주 1차 전지훈련에 합류하지 못했던 유지현은 "혼자 훈련하면서 이를 악물었다"고 힘들었던 지난 겨울을 얘기했다. 그리고 "올 겨울엔 당당하게 성적만큼 보상을 받겠습니다. 유지현, 아직 안 죽었습니다"고 말했다.

오키나와=이태일 야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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